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속단하기 이르다.
정부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1차적 반응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의 교역구조ㆍ규모, 일본경제의 세계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금융시장과 기업들의 반응을 더 세심하게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어온 ‘경기회복’의 기조 자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등 주요 수출 분야에서는 일본 업체들의 생산 타격으로 인한 수출증가와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비중확대 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수출 기업들이 일본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은 대비해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정부가 주말간 파악한 바에 의하면 자동차,조선,철강, 반도체 등 대부분의 수출 업종에서 소재와 부품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의 수출에는 당장에 큰 영향은 없다. 다만 일본의 생산차질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감안해 새로운 부품, 소재 공급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금융시장 역시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외환시장과 증시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경우 유입되어있는 일본계 자금이 크지않아 자금유출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ㆍ중의 경기둔화 우려, 중동불안 등 기존의 위험요인들과 이번 사태가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원화가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만큼 불확실성 증대에 대한 단기 환율 상승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피해복구를 위한 일본정부의 지출확대로 일본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 증대와 함께 선진국을 비롯한 안전자산 중심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당장에는 수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 물가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계적인 어획량 감소로 값이 급등한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이 문제다.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 이들 어종의 상당부분은 일본 근해에서 잡는 것인데, 당분간 조업이 불가능하게 되어 수입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이 우리의 주요 수입처인 중국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농수산식품 수입을 늘릴 경우 수입단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