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석유 전문가들의 선입견을 깨야했고 석유 메이저들의 눈도 피해야 하는 등 협상의 전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상당 수 협상 참여자들은 성사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협상은 아마도 산으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일까.
초기부터 협상 지휘를 맡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2009년 말 대통령께서 석유메이저들의 독과점지역인 UAE에 유전사업 참여의 특명을 내렸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서 ‘자신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조선 자동차 반도체도 경험없이 세계 1등, 상위권을 일궈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서 안된다’는 대통령의 질타섞인 독려의 말씀이 돌아오더라”고 했다.
기업인 시절 뚝심 하나로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군 이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늘 ‘하면 된다’는 긍정의 DNA로 중무장 한 채 막힌 벽을 뚫어왔다. UAE 유전 참여 프로젝트는 이렇게 ‘불가능에의 도전’으로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첫 문은 열었지만 초기 협상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UAE 측은 우리나라의 유전 생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따뜻한 눈길 한번 보내지 않았다.
새로운 돌파구는 이 대통령의 스킨십 외교에서 나왔다. 작년 5월 방한한 모하메드 UAE 왕세자에게 “우리나라가 화학 공장이나 조선, 반도체 공장 지을때 아무것도 없었지만 황무지에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유전도 금방 올라갈 수 있다”고 설득했고, 이후 7~8회 이상 ‘구애의 친서’를 왕실 측에 보냈다. UAE 원전 수주로 신뢰를 쌓은 양국 지도자들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고, 보통 수년이상 걸리는 유전사업 계약은 1년 3개월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이 대통령은 협상의 기본이라는 ‘주고받기(GIVE&TAKE)’ 전략에도 최대한 공을 들였다. 나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협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친서에서 “석유 비즈니스적으로만 생각하면 한국을 참여시킬 수 없을 것” 이라며 “한국은 단순한 유전개발 사업자가 아니고 100년 앞을 내보는 UAE 아부다비의 경제 협력 파트너이다. 크게 생각해달라”고 요청했고 때마침 ‘미래비전 2030’을 추진하던 UAE 왕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