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마무리되면서 신용과 경제사업이 분리된 ‘21세기형’ 농협이 출범하게 됐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정치적 합의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 냈지만, 앞으로 실무적으로 진행해야할 작업도 만만치 않다. 실질적인 농협 구조 개편 작업은 지금부터다.
▶ 지금부터가 본게임 = 법안은 통과 됐지만 앞으로 정부와 농협이 해야할 일도 태산이다.
농식품부는 우선 농협의 개편을 지도 감독하기 위한 ‘농협사업구조개편지원본부(가칭)’를 설치하기로 했다. 농협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 등 하위법령 개정작업도 곧 진행한다.
구조 개편의 실질적인 최대 문제 였던 ‘돈 문제’의 마무리 작업도 필요하다.
당장 내년 정부예산에 관련 자금이 포함되어야 한다.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관계기관협의체를 구성하고 농협중앙회의 자체자본조달계획을 토대로 정부자본지원계획서를 마련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법인 설립 등기 등록세, 신설법인의 재산 취ㆍ등록세 등 8000억원 면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의 일부를 개정해야하는 만큼 관련 작업에도 적지않은 공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달부터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자산실사 등의 작업도 이뤄진다. 농협 조직의 방대함을 감안하면 실사과정 역시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자본금 지원규모와 대상, 방식 등이 정해지는 만큼 실사과정에서 돌발변수들이 발견될 경우 새로운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다.
농협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과 경제사업활성화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을 개편하고, 현행 8대2 비율인 신용대 경제 인력구조를 재배치하는 작업이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 경제사업의 ‘실질적 활성화’가 관건 = 개정안에 대한 농업계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경제사업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경제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경제지주에 최소 자본금 6조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본금 30% 우선배분’인 현 안 대로라면 약 4조5000억원 정도가 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사업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소 부족한 액수라는 평가다.
경제사업의 초기 안정화를 위해 금융지주에서 경제지주로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일정부분을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개진되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추진중인 농어친지역 전문 유통 법인 설립과 농업의 경제사업의 업무 중복도 사전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
농업단체들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농협이 주주의 이익에 좌우되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상장을 금지하거나 외국 및 외부 자본의 유입을 막는 보다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 출범할 경제지주와 자회사의 인사작업도 시간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년적자이던 경제사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마련하고 국가 농산물 유통구조의 기반을 다시 짜는 것이 농협 구조 개편의 핵심인 만큼, 관료 출신인사나 정치적 알력이 작용한 인사가 농협에 ‘내려앉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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