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을 바로 곁에 둔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부녀자 21명에게 강도강간을 일삼아 사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성낙송 부장판사)는 흉기로 부녀자를 위협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허모(45)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허씨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학대와 빈곤에 시달렸고 청소년기에 어머니가 자살해 가정해체와 학업 중단을 겪는 등 가정과 사회가 자신을 버렸다고 인식한 나머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괴물로 성장한 게 아닌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를 평생 격리시키더라도 사회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고 성장과정이나 수사 및 재판에서 보여준 반성 내용 등을 볼때 교화나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공동체 유지를 위해 허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고 단언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사형은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20년 간 부착하도록 한 명령은 별다른 항소 이유가 제출되지 않아 1심과 같게 유지됐다.
허씨는 2004년 A(여)씨의 어린 두 아들을 곁에 둔 상태에서 그를 성폭행하는 등 2002년 11월∼2006년 1월 20∼30대 여성 21명을 흉기나 완력으로 제압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988년 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15년이 확정돼 복역한 전력이 있으며 2001년 4월 가석방되고 나서 히로뽕 배달을 위해 전국을 떠돌다 범행했다.
이후 경찰은 복수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고 허씨는 KBS의 ‘공개수배 사건 25시’ 방영으로 얼굴이 알려지자 쌍꺼풀 수술을 하는 등 성형으로 얼굴 모습을 바꾸고 도피하다 붙잡혔다.
1심은 특수강도강간과 강도강간, 특수강간, 특수강도 등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서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했으며 허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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