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무게중심이 시간이 갈수록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 총재는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물가안정의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까지 김 총재의 발언이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을 보면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며 항상 물가보다는 성장을 먼저 언급했다. 연초 김 총재의 신년사와 지난 13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에서는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며 ‘확고히’란 말을 집어 넣더니, 이날 강연문에서는 ‘물가안정의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말로 한발 더 나갔다.
물가불안을 우려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을 강조한 것도 이례적이다. 통화정책을 통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대통령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이 하면 딱 어울린다는 점에서다. 올들어 이명박 대통령을 선두로 정부 관료들이 너도나도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시점에, 한은 총재가 이들의 발언을 따라 하는 듯한 인상을 줘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 총재는 또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불안요인에 따른 외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경제 체질 강화에 계속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 역시 지금까지 경제회복 지원에 주력한 통화정책과는 달리 앞으로는 성장을 다소 늦추더라도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정책 대응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 등이 그 동안 저금리 상황 하에서 버텨왔지만, 국가 경제 전체 체질을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이밖에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가 대외 충격의 영향을 덜 받고 안정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수의 비중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도 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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