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재직 때의 급여명세표를 배포했는데 서민들에겐 큰 액수라 국민께 송구스럽다. 하지만 30여년 법조 경력의 변호사 급여와 이제 막 변호사로 출발하는 사람의 급여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변)
입사하자마자 월 1억원. 법률시장 논리와 일반시민 간 인식의 간극은 좁혀질수 없는 것인가. 대검 차장검사 출신의 정동기 씨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7개월에 7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발단이 돼 불명예 퇴진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도 김앤장에서 넉 달간 4억원의 재산을 불린 것으로 전해져 재차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매달 1억여원꼴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40여만원(하루 8시간씩, 30일 노동 기준)쯤 된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4320원)의 100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로펌이 대체 얼마나 벌기에, 일을 시작하자마자 한 달에 5000만원, 1억원을 주나.’ 필부필부에겐 당연한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 명확지 않을 때 그것은 ‘의혹’이 될 수밖에 없다.
유력 법조인을 빨아들이는 로펌(Law-firm)은 엘리트들에겐 블랙홀이다. 정 씨 등에게 월 1억원은 과하지 않다는 로펌업계의 시각이 있다. ‘명망가 영입→로펌의 세(勢)확장 과시→이익창출’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논리다. 명망가 영입은 사실상 ‘얼굴마담’ 격으로 사건 수임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명망 있는 판검사가 즐비한 로펌이라는 입소문은 법률 소비자들에겐 소송에 걸려 위태로울 수 있는 재산·명예를 유지시켜줄 보루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변호사업계의 수임료는 소가의 1~3%, 성공보수는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로펌은 변호사 지명도, 조직력 등으로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공개된 재무제표는 없다. 성공보수는 이른바 ‘공정가’를 훨씬 초과한다는 업계의 소문만 있을 뿐이다.
당사자의 ‘절박함’ ‘명예’ ‘손에 쥐지 못한 거액의 금전 이익’이라는 상품을 거래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로 일반의 예상치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내고, 이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로펌, 그들만의 리그’에선 용인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어떻게 되는지 신경 써본 적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대한변협에 매출자료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로펌도 성역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법치주의 한 축인 변호사 업계가 전관예우 식의 관행을 유지할 경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고위공직자, 판검사 영입해 얼굴마담 시키면서 상당한 보수를 주는 건 로펌업계가 독점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며 “판검사 퇴직 지역에서 형사사건 수임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쪽으로 변호사법을 개정하고 궁극적으로 변호사 수를 늘려 로펌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그들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