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적격성 논란을 계기로 법조계 고질적인 관행인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직과 민간을 오가며 권력과 부를 한꺼번에 챙기는 ‘회전문 공직자’에 대해서도 법조계 안팎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차 정 후보자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이번 ‘정동기 사태’가 법조계 자정의 계기로 작용할 조짐이다.
법조계 만연한 전관예우의 실상은 인사청문회가 없었다면 묻혀있었을 사안이다. 전관예우는 로펌 대표와 당사자간 은밀한 계약의 영역. 그러나 매번 고위직 인사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이에 대한 근절방안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법조계 공공연한 관행인 전관예우가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표면화돼 불거졌는데 이를 계기로 유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법조계 내부 자정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제2,제3의 정동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파간 이해관계를 초월해 국회에 계류중인 변호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변호사소위원회(위원장 홍일표)는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의 형사사건 수임을 개업 후 1년 동안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전직을 이용한 영향력을 행사해 사법의 공정성을 해치는 폐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그러나 아직 이 법안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반대 속에 국회에 계류돼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치검찰’들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 검찰 간부들이 정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잦아질 경우, 검찰 조직내 승진문제와 퇴직 후 ’좋은 자리’로 가려는 관행이 자리잡아 결국 검찰 독립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검찰 인사권은 청와대가 가진 만큼 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할때 국민이 아닌 권력을 바라보고 휘두룰 수 있어 정치검찰 논란이 계속 될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전관예우는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근원적 병폐”라며 “전관예우를 누린 사람들이 고위공직자로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수 있겠지만,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검사를 하다 로펌으로 이직해 변호사를 하면서 전관예우를 누렸는데, 이들이 다시 고위공직자가 됐을 경우 몸담었던 조직과 자신이 관련된 일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나랏일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로펌들이 법원검찰 고위직과 장ㆍ차관급 고위 공직자를 영입하는 것은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자신의 재직 당시 업무와 관련해 후배들에게 압력행위를 가하게되는데, 이번 사태가 악습을 차단하는 제도도입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