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안보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해소를 위해 ‘힘의 우위’를 통한 강경대처를 주문한 국민들이 46%에 달해,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민의식이 급격히 보수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헤럴드경제와 여론조사기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새해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안보태세를 묻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가 35.5%, ‘다소 불안하다’가 42.4%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77.9%가 안보 상태를 불안하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반면 ‘달라진 게 없다’와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각각 12.4%, 8.6%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4ㆍ5ㆍ6면
이러한 국민들의 안보 불안 심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다소 끌어내렸다. 최근 1년 여 동안 줄곧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를 웃돌았으나 이번 신년 여론조사에선 ‘부정적 평가’가 48.2%, ‘긍정적 평가’가 46.2%로 상황이 역전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는 국민 27.3%가 ‘군사적 우위를 통한 북한의 무력도발 억제’를 꼽았다. 최고의 안보는 힘이라는 논리다. ‘북한 경제봉쇄를 통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 유도’ 답변도 18.7%로 조사됐다. 둘을 합한 강경대응론이 46%에 달한 것이다. 반면 ‘6자회담 등 다자간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21.6%), ‘경제교류 및 인도적 지원을 통한 대화 모색’(20.7%) 등 유화책 지지는 42.3%에 머물렀다.
케이엠조사연구소 이상영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급속도로 냉각된 남북관계의) 해법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뚜렷하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강경대처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대화와 교류를 요구하는 주문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가 적극 추진할 계획인 개헌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가운데 정략적 이용 가능성 등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개헌 불필요’(26.6%)와 ‘다음 정권 추진’(26.4%) 등 부정적 견해가 53%에 달한 반면 ‘올해 개헌 추진’ 의견은 32.1%에 그쳤다.
권력구조 선호도 응답에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 지지가 28.6%로 ‘4년 중임제’(33.8%)를 바짝 추격한 반면, 현 여권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11.8%)와 의원내각제(11.5%)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았다.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 설문에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견고했다. 박 전 대표는 27.8%로 부동의 선두를 유지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국정 화두로 내세운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로는 ‘복지확대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27.3%)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치권에서 불붙고 있는 복지 경쟁은 올해 주요 이슈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민은 올해 경제불안 요소로 물가상승(51.6%)을 압도적으로 꼽았으며, 이명박 정부 중점 경제과제로 서민생활 안정(36.6%)을 가장 많이 주문했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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