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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풍이 쌓아둔 ‘제련 폐기물 처리’ 도마 위에…고려아연 “경영권 넘어가면 온산제련소에 떠넘길 우려”
지난달 국정감사서 영풍 폐기물 처리두고 질타 이어져
석포제련소 이전해도 폐기물 처리 과제로 남아
고려아연 “영풍, 적대적 M&A 성공 시 폐기물 떠넘길 것”
영풍 “아연잔재물, 고려아연 통해 처리할 생각 없어”
5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인근에 고사목과 헐벗은 야산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 관련 조업정리 행정처분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가운데 이곳에 쌓인 제련 폐기물 처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사실상 폐기물 처리 여력이 없는 만큼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온산제련소에 떠넘기려 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1일 대법원에서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확정돼 석포제련소 조업을 두 달 간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2019년 경상북도는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수 유출 사건에 대해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석포제련소의 가동 중단이 이번 환경법 위반 조업정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년 6월까지 폐기물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경상북도 차원에서 추진하는 석포제련소 이전이 현실화 할 경우에도 폐기물 처리가 동반돼야 하지만, 영풍이 자력으로 이를 처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도는 ‘환경부가 지난 2022년 영풍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인허가 조건부 허가를 해줬음에도 영풍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국감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은 ‘내년 6월까지 폐기물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현장 질의와 관련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날 ‘석포제련소의 제련 폐기물을 기한 내 처리하지 않을 경우 조업을 정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석포제련소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북도청은 이를 위한 TF팀 구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의회에서도 제련소 이전을 재차 촉구하는 등 지역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온산제련소를 통해 폐기물 처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갈등의 원인으로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떠넘기기’를 꼽았다. 지난 2021년 영풍이 통합환경 인허가 심사를 받기 전 “폐기물을 대신 처리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카드뮴 등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양사 동업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에서 근무한 지 40년이 됐다. 현장에서 보낸 27년을 포함해 누구보다 가까이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를 지켜봤다”며 “장 고문은 70~80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해 줄것을 요구했고, 최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풍 측이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떠넘기려 한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관해 영풍은 “현재 제련소 내부 침전저류지에 보관 중인 아연잔재물(Cake)를 고려아연을 통해 처리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며 “영풍 석포제련소 침전저류지에 쌓여 있는 잔재물은 과거 자로사이트 공법으로 아연을 제련하면서 발생한 것이며, 현재는 해당 공법을 사용하지 않아 자로사이트 Cake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Cake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있어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추가로 추출할 수 있으며, 영풍은 그동안 해당 Cake를 공정에 재투입해 원료로 사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또 “2022년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 당시 침전저류지 내 Cake를 2025년 말까지 처리하도록 조건 사항이 정해졌다”라며 “이에 현재 침전저류지 철거 및 해체 공사를 병행하며 해당 Cake를 전량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말까지 해당 Cake 처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해당 Cake를 고려아연으로 보내서 처리하는 것은 오히려 처리 속도가 느리고, 운송비 등 추가 비용만 더 들 뿐이어서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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