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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밭 승리’ 거둔 한동훈 “김건희 활동 중단해야”…친윤 “채찍질 맞을 것” [이런정치]
‘용산 인적쇄신-金여사 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공개 요구
친한계 “선거 결과, ‘여당 내 야당’ 韓자구책에 마음 주신 것”
비한 “문제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매서운 채찍질 맞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당정 지지율 하락 속에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 사수’에 성공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에 대한 공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친한동훈(친한)계 지도부 인사들도 힘을 실은 가운데, 당 내 친윤석열(친윤)계와 비한계를 중심으로는 “오히려 국민들의 매서운 채찍질을 맞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한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일로 모든 정치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의미한 정치공세도 있습니다만,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첫째,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할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이 그럴 때”라고 강조했다.

또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의혹에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며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발언은 재보선 승리 하루 만이자, 다음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대면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보수 텃밭 민심의 ‘지표’로 여겨진 인천 강화군수 및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격차로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감을 얻은 한 대표가 본격적인 ‘당정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한 대표는 ‘여야 격전지’로 주목 받았던 금정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1일부터 총 여섯 차례 부산을 찾았고, 지원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겨냥한 발언을 연달아 내놓은 바 있다.

김건희 여사 [연합]

지도부의 친한계 인사들은 이번 선거 결과의 공을 한 대표에게 돌리며 힘을 실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른바 ‘여당 내 야당’ 노선이라 그럴까, 아주 공개적으로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을 했다”며 “전통적인 저희 당 지지층들도 굉장히 많이 (김 여사 논란에) 동요하고, 이탈하고,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그래도 한 대표의 자구책에 나름대로 마음을 주신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신 부총장은 “여당 내 야당 노선에 대해서 시민들이 분명하게 인지를 하시고 거기에 힘을 실어주셨다. 그러니까 저희는 변화와 쇄신을 계속해 나가야 된다”며 “‘이재명 방탄’은 비판하면서 ‘김 여사 방탄’을 자처하게 된다면 이것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내로남불’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라고 말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신의 옷자락이 무엇인지를 저희 당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야당 단일화로 인해 박빙이 예상된 부산 금정과 여권 분열로 힘든 인천 강화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김대남·명태균 파동으로 상징되는 김 여사 논란과 지금도 진행 중인 의정갈등을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태균씨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서 한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을 받은 김대남씨에 이어, 김 여사와 관련해 폭로성 주장을 이어가는 명태균씨에 대한 당무감사에도 즉각 착수할 예정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전날 명씨에 대한 당무감사 계획을 밝혔고,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이날 최고위에 참석했다.

한 대표도 이날 “정치브로커, 기회주의자들이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에 활개치는 것을 막겠다”며 “당의 절차, 사법 절차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진상이 어떤 것이든, 부끄러운 모습이나 추한 모습이 드러나도 진상규명을 하겠다. 그래서 당이 새로이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당 내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이날 앞서 여론조사 조작·왜곡해 공표·보도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여론조사기관 등록취소 사유를 선거 여론조사 관련 범죄에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명태균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권에서는 명씨 의혹과 별개로,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꽃’이 여론조사 공표를 통해 지난 총선 결과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제도 개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한편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한 대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선 중진이자 과거 ‘원조 친윤’으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한 대표나 측근들은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공개적인 비판보다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기 전에 미리 안 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그렇게 비판하고 공격하는 게 과연 같은 당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방법인가, 그리고 당 지도부로서 올바른 방법인가 대해 저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의 친윤계 인사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의 굉장한 강세 지역, 텃밭을 이겨놓고 이게 누구 때문에 이겼다, 우리가 잘했다라고 말하는 건 국민들 보시기에 매우 오만해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국민들이) 텃밭을 지켜주셨다면 더 낮은 자세로 이제는 정부와 협조하면서 당정 갈등보다 어떻게 하면 당정의 신뢰를 회복할까 고민해야지”라며 “텃밭 수성을 계기로 당정 갈등을 더 심화시키려 든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매서운 채찍질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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