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사살·통신 네트워크 무력화 등
6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이스라엘이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레바논 전면전 이후 차근차근 진행해온 준비 덕분이라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2006년 7월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지만, 헤즈볼라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한 달여 만에 철수한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상자 10여 명이 나오고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이 납치되자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구출하겠다며 레바논을 침공했다. 유엔의 중재로 끝난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160여명, 레바논에서 100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당시 전쟁에서 레바논의 험준한 지형과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고전하며 인질 구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국에서 근무했던 헤즈볼라 전문가 카르밋 발렌시는 “당시 전쟁 결과에 (이스라엘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자를 사살하고, 통신 네트워크를 무력화했으며, 무기 저장고를 타깃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2006년 레바논 공격 실패 이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투에 대비해 투자한 결과라고 이스라엘 보안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NYT는 “헤즈볼라에 연속 타격을 가한 것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하마스보다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더 많이 대비했음을 부각시킨다”고 전했다.
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옆을 레바논 군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021년 기준 2만명의 현역 전투원과 2만5000명의 예비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헤즈볼라에 10만명의 무장 조직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10만개가 넘는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고를 건설하고, 수만 명의 전사를 훈련시키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헤즈볼라의 계산 착오가 증명됐다. 이스라엘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폭발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장대원과 민간인이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명이 부상 당했다. 테러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발물이 설치된 무선호출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오랫동안 물밑 공작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정보 우위를 가지게 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레바논 상공에 드론을 더 많이 배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미드로르 전 보좌관은 “2006년 전쟁 당시 실패 원인을 조사한 결과 레바논에서 정찰 및 감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스라엘 드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배치되면서 해당 지역에 드론이 거의 남지 않았다”면서 “이후 18년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 상공에 드론 배치를 크게 확대하며 보다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좌관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수장의 동태, 통신 시스템과 비밀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며 “우리는 이제 이 정보가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른바 출구 전략 없이 전쟁을 이어나가기만 한다면 궁극적 목표로 일컬어지는 안보 상황 개선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육로를 통해 레바논으로 더 깊숙이 진입함에 따라 이스라엘군도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한 만큼, 이스라엘 정부가 명확한 출구 전략을 개발하지 못하면 장기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