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략 변화...군사적 해법에 무게
‘중재국’ 미국서도 부정적 전망 더 커져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응급팀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비알릭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위쪽). 이에 앞서 21일 이스라엘군 공습 피해를 당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건물 잔해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PA·신화] |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자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세력간 갈등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고 무력을 통한 해결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갈등 주체 모두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NYT는 2007년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재임 당시 진행했던 협상이 국경선 획정과 예루살렘의 귀속 문제 등을 둘러싼 견해차로 합의를 보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수년 간의 불신과 실패를 반영하듯 외교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면서 “당사국 모두가 성실하게 외교적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은 방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레바논, 이라크, 예멘 등 무장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명분이 있었고, 국제 사회도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 대량 폭발 사건으로 이스라엘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보다는 자국 인질 석방이나 자국민 귀환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 분쟁을 확대할 수 있는 군사 행동을 선호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의 에프라트 레이텐 마롬 이스라엘 의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군사적 해법을 쫓으며 외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극우와 함께 그 길(군사적 해법)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에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 주민의 귀환 문제를 추가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구출과 하마스 제거 등에서 레바논 접경 지역 문제로 전쟁 목표가 확대된 것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삐삐 폭발사고 이후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전쟁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새로운 전쟁 단계를 언급하면서 가자 지역의 외교 협상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비롯해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단체의 최고 지도자들을 암살한 사건으로 가자 협상은 이미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인질 석방 및 가자 휴전 협상과 관련한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브렛 맥거크 미국 백악관 중동 정책 고문은 ”미국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전술과 확대 위험 측정 방법에 대해 이스라엘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당사국들을 중재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최근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 당국의 범죄를 새롭게 거부하고 강력히 비난한다“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 전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 인사들은 하마스, 이란 등의 행보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레이텐 마롬 이스라엘 정치인은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모든 위협이 이스라엘 주변에 있는 경우 이들을 다루는 건 다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었던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이란의 야망이 변하지 않는 한 휴전 그 이상의 의미가 없으며, 그 야망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 반이스라엘 세력 간 외교를 기대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