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감소·수출 피해 등 관세 효과 예상보다 더 작을 것”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인상으로 대규모 감세 등의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예산 구멍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제학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최대 2250억달러(약 299조원)를 조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보편적 관세의 상단인 20% 기준으로 분석해도 연간 잠재 수익이 최대 3000억~4000억달러(약 399조~533조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비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초당적 연구그룹 ‘펜와튼예산모델(PWBM)’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한 감세 및 지출 방안은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 적자를 5조2000억~6조9000억달러(약 6923조~9187조원)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정해도 관세로 인한 수익보다 감세 등으로 인한 비용이 수조 달러 더 많은 셈이다.
더구나 관세 인상은 무역을 감소시켜 결국 관세 수익이 예상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대중국 관세와 같은 일부 관세는 무역 활동을 줄이거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성공하면 과세 대상 수입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수익도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부과한 후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져 온 대중 관세는 효과가 떨어지는 추세다.
PIIE에 따르면 2018년 관세가 부과된 후 미국의 대중 관세 수익은 늘어났으나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급감했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공급 라인을 변경하고, 소비자들은 세금이 더 낮은 대안을 모색함에 따라 무역 흐름이 변화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관세가 높을수록 더 커진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중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6000억달러 규모의 미중 무역 중 약 90%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에바 커즌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이 줄어 관세 인상으로 인한 관세 수익 증가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시사점”이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세 수익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세가 높아진 무역 상대국이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해당 국가가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경우 미 수출업체에 타격을 주고,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킴벌리 클라우징 PIIE 이코노미스트는 광범위한 수출 피해가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수출 기업 지원 같은 정부 지출 증가와 세수 감소로 이어져 관세로 인한 재정적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부정적인 충격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힐 때, 이는 자동으로 예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 정책 역사 전문가인 더글라스 어윈 다트머스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어떤 종류이든 관세는 정부 예산의 구멍을 메우기에는 한참 부족할 것”이라면서 “관세로 연방 정부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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