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관리에 은행 대출금리 역주행 계속될듯
“이미 비정상적…대출금리 더 오를 수도”
주담대 증가세 여전…당국 “추가수단도 가능”
19일 오전 개최된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국내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제공] |
[헤럴드경제=강승연·김광우·홍승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연내 같은 폭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심이 커지게 됐다. 대출금리에 하방압력이 가해지면 대출수요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는 만큼, 시장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는 오르는 강도 높은 시장관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와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 시사로 국내 시장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폭주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금융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책 효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데 금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AAA등급 기준) 금리는 이미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이달 13일 3.145%로 내리며,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됐던 지난달 5일(3.101%)에 이어 또다시 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3.8~3.9%대에서 움직이던 연초와 비교하면 레벨이 크게 낮아졌다.
수급적 측면에서도 은행채 금리에 하방압력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채 공급이 많아지면서 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었다”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로 국고채 금리가 빠지면서 은행채 수요가 조금씩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간 괴리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금리가 대내외적 요인들로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잇따라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연 최고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전일 기준 3.85~5.40%로 7월 초(2.94~5.76%)에 비해 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 은행채 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낮은 2.5%였던 2014년 6월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담대 금리가 시중금리 대비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연준의 추가 빅컷 등으로 시장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해도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대출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가까스로 완화 중이었던 대출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지금도 비교적 금리가 낮거나 대출한도에 여유가 있는 일부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차주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당국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경우엔 은행들이 되레 대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관리는 이자 장사로 은행의 배만 불리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질타하기는 했지만, 은행들이 각종 카드를 다 꺼내 쓴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또다시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감 등 영향으로 상승 출발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수는 전장 대비 28.20포인트(1.12%) 오른 2,541.57로, 코스닥지수는 5.21포인트(0.71%) 오른 738.41로 출발했다. [연합] |
시장금리가 내리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만 오르는 ‘역주행’ 가능성에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본부장은 “현재 대출금리는 이미 비정상적”이라며 “과거 20년을 보면 평균적으로 주담대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약 1.8%포인트 높아야 하는데, 7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담대 금리가 3.5%로 기준금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주담대 금리는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금리가 더 오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연 최고 수준으로 붙들고 있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그대로면, 통화정책당국도 정책을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9~10월 안에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잡히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부양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부장)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대외적인 조건은 만들어졌다”면서도 “다만 국내선 가계부채 폭증, 부동상 가격 상승세 등으로 여전히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가 따라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려면 대출금리가 동반해 떨어지면서 경기 부양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건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행된 가계대출 규제 방안 등으로 정책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이달부터 가계대출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거나 가계부채가 계속해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오전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 및 은행권 자율 심사기준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효과를 세밀히 점검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필요 시 상황별 거시건전성 관리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일단 은행권 주담대는 지난달 주택거래 증가 영향으로 증가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달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0조833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과 비교해 2조1772억원 증가했다. 월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8월(8조9115억원)에 비하면 주춤하지만, 증가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 5일까지는 8835억원이었는데, 6~12일에는 1조2937억원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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