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전 외교부장.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된 채 공식 석상에서 1년여 전 사라진 친강(58)이 낮은 직위로 강등돼 중국 외교부 산하 출판사에 적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친강이 투옥됐다거나 자살했다는 등 여러 루머가 돌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그러나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가까운 최고위직이었던 그의 직위는 매우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두 전직 미 관리는 친강이 적어도 서류상으로 중국 외교부 산하 세계지식출판사의 낮은 직급 자리에 이름이 올라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강등은 봄에 이뤄졌으며, 위상이 추락하긴 했지만 동시에 그 정도 수준에서 처벌을 면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감옥에는 가지 않겠지만 경력은 끝났다”면서 그의 강등이 다른 관리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중국 외교부가 친강 관련 문의에 논평을 거부해왔고 세계지식출판사 직원들도 친강의 자사 근무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중국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했던 친강은 시 주석의 총애를 받아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장에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3월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임명 반년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6월 25일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후 중국 당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7월에는 그의 외교부장직을, 10월에는 국무위원직을 각각 박탈했다. 그 결과 단 207일만 재임하면서 1950년대 이후 중국의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됐다.
친강은 올해 2월에는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대표 자격을 공식 상실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지난 7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직후 친강을 당 중앙위원회에서 면직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그를 ‘동지’라고 언급해 공산당적은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WP는 시진핑의 충성파인 친강의 초고속 승진이 동료들을 짜증나게 했으며, 친강을 상대한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그가 경험이 더 많은 동료에 비해 외교적 수완이 부족하고 ‘늑대 전사’ 모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이 친강 축출을 이끌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 정치 분석가들 사이 유력한 얘기는 그가 미국에서 홍콩 봉황TV 유명 진행자 푸샤오톈과 사이에서 혼외자식을 낳았다는 불륜설”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검열이 최고위 관리들의 사생활을 면밀히 보호하고 있어 남성이 지배하는 중국 정가에서 개인적인 무분별한 행동이 중죄로 간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아기인 아들을 데리고 사설 전용기를 타고 여행하거나 세계 지도자들을 만난 것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는 푸샤오톈의 ‘유명인(celebrity) 생활방식’은 두 사람의 불륜을 중국의 잠재적 안보 취약성으로 만들었다고 중국 분석가들은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샤오톈이 한 외국 정보기관에 이러한 비밀을 넘겼다는 루머도 돌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푸샤오톈도 친강처럼 1년 이상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WP에 “시진핑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정치적 위반이 드러난 간부들에게 비슷한 강등 조치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5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선궈팡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갑자기 경질되며 세계지식출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좌천된 사유 역시 알려지지 않았으나 불륜으로 처벌받았다는 루머가 돌았다고 WP는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선궈팡이 좌천될 당시 친강이 외교부 대변인이었으며, 선궈팡의 인사에 대해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