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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스측 “전기차 의무화 지지 안해”…과거공약서 정책 후퇴
2020년 대선 때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차량 판매 의무화’ 공약
‘車산업 중심’ 경합주 표심 고려…셰일가스 추출 수압파쇄법 금지도 번복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포츠머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정책과 관련해 2035년까지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만 생산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과거 공약에서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밝혔다고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오대호 연안의 쇠락한 북부 공업지대)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2020년 대선 때에 비해 전기차에 대한 입장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대선캠프는 최근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팩트 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mandate)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캠프는 그러면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밴스는 ‘해리스가 모든 미국인이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을 강제하길 원한다’는 것과 같이 의심할 여지가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하진 않았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9년 상원의원으로 재직할 때 오는 2040년까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규 승용차 100%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으로 의무화하는 ‘탄소 배출 제로 차량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으나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승용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밖에 없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때에는 판매되는 승용차 가운데 탄소배출 제로 차량의 비중을 2030년까지 50%, 2035년까지 100%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탄소 배출 제로 차량 법안’ 가속화 공약도 발표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제조업체에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2019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서명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악시오스의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목표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의 세액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를 지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전기차 관련 공약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전기차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선시 이를 폐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약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초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반(反)전기차 입장을 부각했으나 최근에는 전기차가 장거리 운전에는 부적합하지만, 단거리에는 쓸모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 수위를 완화한 상태다.

이 외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번복했다.

그는 지난달 말 CNN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 변화 이유를 묻는 말에는 “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프래킹 문제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지역경제와 맞물린 이슈이며, 해리스 부통령이 이런 점을 고려해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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