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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AEA 수장, 러 이어 우크라 방문…“전시 원전 상황 매우 취약”
4일에는 자포리자 원전 방문 예정…“전력 공급 중단되면 재앙”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러시아가 관할하는 자포리지아 원전을 방문하기 전인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찾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상황이 “매우 취약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원자력·에너지 담당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나는 (자포리자 원전을) 매우 취약하다고 자주 묘사해왔다”며 “어느 날은 어느 정도 안정적이다가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드론이 충돌하거나 두 개의 전력선 중 하나가 끊어져 다시 정전 직전에 놓이는 등의 상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전이란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것이고,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냉각이 안 된다”며 “냉각이 안 되면 재앙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4일에는 직접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그간 단지 인근에 포탄이 떨어져 자포리자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외부 전력선이 끊기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현재 원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전력선은 750㎸ 주 전력선과 330㎸ 비상 전력선이 있는데, 한 개가 끊기면 다른 전력선에 외부 전력 공급을 의존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주 전력선과 비상 전력선이 동시에 끊겨 비상 디젤발전기 20대를 돌려 원전에 전력을 공급한 일도 있었다. 지난 2일에도 러시아 매체들은 자포리자 원전의 고전압 전력 공급선의 연결이 자동으로 끊겼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원전과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두 개의 외부 가공 전선로 중 한 개가 손상된 것이라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자포리자 시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전쟁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다시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을 되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쿠르스크 원전을 점검한 후 뒤이어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의 원전을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시도가 잇따랐다고 주장하면서 IAEA의 현장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문이 성사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쿠르스크 원전을 살펴본 뒤 원전이 포격 등에 취약하다며 전쟁 당사자들의 적대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러시아 원전을 찾은 다음 주에 곧장 우크라이나 원전 현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원전 안전 문제를 관리하는 전문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분쟁 당사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쿠르스크 원전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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