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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손 잡고 신부 입장, 이젠 안 되나?…스웨덴 교회, 반대한 이유
스웨덴 왕세녀 빅토리아가 2010년 아버지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모습. [영국 옵서버 보도자료 캡처]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결혼식에서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장면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방식의 신부입장을 스웨덴 교회가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동성결혼식을 허용하는 등 진보적 결정에 앞장선 스웨덴 교회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옵서버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 교회 가을 총회에는 ‘결혼식에서 아버지가 신부를 인도하는 절차’가 전통 문화와 맞지 않다며 이를 금지하는 동의안이 제출됐다.

스웨덴 국교는 기독교 분파인 루터교다. 전 국민의 87%가 이에 해당한다. 스웨덴 교회에선 신부가 아버지와 동행하지 않고 신랑과 함께 입장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결혼 문화는 영미권을 통해 전파됐다. 스웨덴에선 미국 할리우드의 영향으로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길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특히 2010년 스웨덴 왕세녀 빅토리아가 아버지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같은 신부 입장 금지안을 추진한 한 목사는 “아버지가 신부를 인도하고 신랑에게 넘겨주는 트렌드는 비교적 새로운 것이고 우리 교회의 전통이 아니”라며 “우리는 아버지가 처녀를 새 보호자에게 넘겨주는 장면이 상징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은 개별 목사들이 내릴 수 있다.

앞서 스웨덴 국회는 2009년 4월1일 결혼법 개정을 통해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스웨덴 국교회 지도위원회는 2009년 10월22일 찬성 176, 반대 62로 스웨덴 국교회 소속 교구의 동성결혼 주례를 허용했다. 결혼의 정의도 ‘기존 남녀 간’에서 ‘두 사람 간’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09년 11월1일부터 스웨덴 국교회 소속 교회에서 동성결혼식이 가능해졌다.

‘신부 아버지 손 잡고 입장’을 금지하는 안이 당장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스웨덴 한 교회 임원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은) 가부장적 인계가 아닌 예식에 가족의 중요성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관련 모든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는 선택”이라고 반대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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