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올해는 tvN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졸업' 등이다. '졸업'은 '내남결''눈여''선업튀'만큼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같은 반열에 올리는 이유는 뭔가 있어 보이는, 품격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급스럽다는 의미. 영국의 유력 대중문화 전문 매거진 NME도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 '졸업'을 올리며 "올해 한국 드라마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다"고 평했다.
'졸업'의 남자주인공 위하준(33)은 ‘졸업’을 통해 한층 깊고 섬세해진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려원과는 좋은 멜로케미를 선보이며 이준호라는 극중 인물을 복합적 매력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그는 '졸업'을 통해 한층 성숙해졌다. 첫번째 멜로 작품치고는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멜로킹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많은 분들이 깊이 있게 작품을 봐줘 감사하다. 학원강사로 대사가 많았고, 일상적인 대사도 아니었고, 멜로도 처음이었다. 드라마 주연 신고식을 제대로 한 듯하다. 그만큼 부담을 느꼈지만 작품을 통해 느낀 점도 많다. 해냈다는 점에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위하준은 '졸업'에서 스승이자 연인인 서혜진(정려원)의 강의 스타일에 반기를 든다. 기자도 롱테이크의 반항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위하준은 '8분 풀텐션 싸움 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사만 외어서는 충분하지 않았다. 대사 생각하는 순간, 기계적인 연기가 나올 수도 있다. NG는 없다. 누르면 바로 나와야 했다.
"막무가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이다. '너가 뭘 안다고, 교육관에 핏대를 세우냐'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의 준호 대사가 '졸업' 작가님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많은 사람에게 던져주고싶은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상하게 보이건,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은 이준호 캐릭터를 통해 최대한 진실되게 말하는 것이었다."
위하준은 학원강사로서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정려원과 사제지간 연기를 위해 학생 연기를 하고 교복도 입었다. 그는 "교복 자체가 어색하기는 했지만, 학생때의 저를 떠올렸다"면서 "강사는 준비할 게 많다. 찍은 신이 많이 안나와 아쉽기는 했지만, 자문선생님을 통해 사례들을 듣고, 집에 칠판을 사놓고 연습했다. 수업하는 방식을 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해 연습했다. 저를 통해 새 인물이 탄생할 수도 있어, 제 스타일을 고민했다."
위하준은 극중 첫사랑인 정려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을까? "올해 결혼한 실제 첫사랑을 떠올렸다기보다는, 사제지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그냥 남녀. 그냥 과외를 한 사이다. 사제지간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였다. 그냥 6살 많은 누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위하준은 준호를 통해 느낀 게 많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은 무엇이건 무조건 돌파하는 건 준호와 비슷한 부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준호가 멋대로 하는듯 했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하지만 연기를 할수록 저를 보는 것 같았다. 저는 나약하고, 미성숙한 인간인데 아닌 것 처럼 하고 살았다. 준호의 모습에서 제 속내가 비쳐지는듯 했다. 나도 준호가 미성숙에서 좀 더 성숙함으로 가면서 고민하는 게 공감이 됐다."
위하준은 전남 완도군 소안도(소안면) 출신이다. 학원은 아예 없고 공부방 하나 정도 있다고 한다. 산 보고 바다 보고 운동만 했다.
"대치동에서는 아이들이 학원을 5~6개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원에 치여 살고 있다. 예전에는 종합학원을 다녔는데, 이제 다 따로따로 영어는 기본이고, 코딩도 따로 배우더라. 그래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췄겠지만 너무 안타깝다. 저도 책을 많이 읽지 않을 걸 후회한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연기자로도 도움이 되고, 대본을 보는 방법도 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됐을 것이다."
위하준은 "저도 감정이 이입됐다. 독서에 대한 습관이 어릴 때 없었던 것이 아쉽다. 저도 문제풀이는 잘했다. 외국어도 문법 공부하고, 단어 외우고 성적은 좋은데 말을 할 줄 몰라 자신감이 없다. 조동사, 일반동사 뒤에는 뭐지? 이렇게 해서 무슨 회화를 하나?"라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동생으로 출연했다. 그 때는 분량이 적었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었다. 두 개의 안판석 감독 작품에서 '승진'한 셈이다.
"제의를 받았을 때 신기했다. 나도 '곤지암' 등으로 계속 일했지만, 5년후 제의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위하준은 아무래도 정려원과의 연기가 오래 남아있을 것 같았다. 정려원과는 어떻게 하면 입체적으로, 또 진정성 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몰입했다고 한다.
"정려원 선배가 멜로를 하면 가장 매력적이다. 멜로를 왜 안했을까. 다음에도 꼭 멜로를 하시라. 저는 멜로가 도전이었지만... 제 친구들이 서혜진 같은 친구를 만나고 싶어한다. 제가 연기했던 배우중 피드백이 가장 많았다."
위하준은 '최악의 악'때와는 달리 기억할만한 멜로 연기를 남겼다. 6부 엔딩에서 준호가 떨림속에서 고백하고 키스를 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색한 신도 있었다. "나 자신이 리드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오히려 뚝딱거림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위하준은 "'최악의 악'이 끝나고 멜로는 언제 하냐? 또 싸울 거야? 라고 팬들이 물었다"면서 "저도 어두운 장르를 계속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감정 표현 안하는 냉철하고 묵직한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는 게 한계에 올 수 있다. '졸업'에서는 사람에 대해서건, 분노건 교육관이건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위하준은 내년이면 벌써 연기 10년차다. 아직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배역이 많다. "전라도 사투리를 잘하는데, 서울 강남에서 영어 잘하는 배역을 맡았다. 시골의 투박한 청년, 순박한 사랑 연기도 하고싶다. 진짜 정통 액션도 못해봤다. 친구 끼리 이상하고 유치한 소리 하는 코미디 영화도 하고싶다"면서 "현실에 없는 전지전능 판타지 주인공보다는 조금씩 바뀌어가는 현실남에 끌림이 있다. 차기작은 로맨스 코미디 장르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위하준은 주체적이고 지혜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준호'라는 배역을 통해 교육만이 아닌 삶의 본질을 알려줘 고맙다고도 했다. '졸업'은 위하준에게 깊이와 울림을 동시에 준 작품이었다.
위하준은 8월과 9월중에는 서울을 비롯 일본,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5개 도시의 팬미팅 투어가 이어진다. '준호' 역으로 출연했던 '오징어게임'시즌1에 이어 오는 12월 26일 공개되는 '오징어게임' 시즌2에도 참가하는 등 그 어느때 보다 바쁜 하반기를 보낼 예정이다.
"저는 국내보다 해외 팬이 더 많다. 아시아 팬들에게도 저의 매력이 뭔지 꼭 물어보고싶다.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오겜 캐릭터인지, 졸업의 이준호 모습인지?"
위하준은 마지막으로 "남들 보기에 돌아가는 듯한 모습일 수 있다. 저는 스타가 되는 건 아니고 저만의 경쟁력, 장점이 뭘까를 생각했다. 어두운 장르물에서도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놓치지 않았다. '졸업', '오징어게임' 코미디까지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하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면서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하겠다. 그래서 어느 매체에서 봐도 이질감 없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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