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공격 규정, 비판 잇달아
유도 룰이 변화한다는 시각도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의 결승전을 벌이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데구치(29·캐나다)는 공격 대신 방어를 택했다. 버티기만 하다 “그쳐” 판정이 나올 때마다 심판을 바라봤다. 허미미(22·경북체육회)에게 위장공격으로 인한 지도를 부여하라는 어필이었다. 심판은 설득됐는지 허미미(21·경북체육회)에게 지도 한 장을 더 부여했다. 그렇게 연이어 공격을 퍼부은 허미미가 오히려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패했다.
“허미미 선수 계속 공격을 들어가고 있습니다.”
결승전에서 가장 많이 나온 중계 멘트다. 경기 내내 적극적인 메치기를 시도한 허미미였다. 특히 연장전 시작 2분 15초께 벌어진 잡기 싸움이 치열했다. 공격을 시작한 허미미는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그때 데구치는 공격을 피했다. 심판은 이를 ‘위장 공격’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허미미는 ‘위장 공격’ 판정 3개가 누적돼 패했다. 유도에서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한다.
유도는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제압하는 경기다. 공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 그런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말한다. 보통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다만, 위장 공격 규정이 유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허미미처럼 업어치기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에게 불리한 규정이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에서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위장 공격으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미미를 지도한 김미정 유도 대표팀 감독은 “(허미미 선수가)계속 일어나면서 경기를 펼쳤는데 위장 공격을 인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심판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SBS 조구함 해설위원 역시 “왜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허미미에게만 지도를 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 열린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결승전에서 패배한 뒤 김미정 감독의 위로를 받으며 매트를 떠나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당사자인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며 담담하게 대응했다.
오히려 승자인 데구치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어려운 질문”이라며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고 하면서도 “지난 3년 동안 유도는 많이 변했고 유도를 위해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 유도에서 나온 석연찮은 판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29일 열린 남자 유도 -73kg급 준준결승에서 하시모토 소이치(33·일본) 역시 위장 공격 판정으로 조안 벤자민 가바(23·프랑스)에게 승부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에서 그는 양손으로 상대를 잡고 공격을 시도했는데, 심판은 이를 위장 공격으로 보고 지도를 줬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오가와 나오야(56·일본)는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일본이 아닌 ‘유럽의 유도’가 주도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유도가 유럽 기준으로 가면서 룰이 세세하게 바뀌었다”며 현 상황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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