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성남아트센터]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발레리노 전민철(20)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으로 꼽히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한다.
한국인이 마린스키에 합류한 건 김기민(32)에 이어 전민철이 두 번째다.
8일 무용계에 따르면 전민철은 최근 러시아 현지에서 마린스키발레단 오디션에 합격했다.
전민철은 내년 2월 솔리스트로 입단할 예정이다.
선화예중과 선화예고에 다닌 전민철은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에 영재 입학해 3학년생으로 재학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세계적 발레단의 솔리스트 입단 제안을 받는 건 이례적인 사안이다.
발레리노 전민철. [인스타그램] |
마린스키의 '간판스타' 김기민도 2011년 입단 초기에는 견습생 신분이었다.
김기민이 이번 일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민은 후배 전민철이 마린스키에 합류할 수 있도록 다리가 돼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희 한예종 교수를 통해 전민철을 알게 된 김기민이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에게 전민철의 안무 영상을 보여줬고, 파테예프 감독이 이를 높이 평가해 오디션까지 보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민철은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우승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발레축제에서 '발레 레이어',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 등 여러 무대에 올라 기량을 선보였다.
[SBS 유튜브 캡처] |
전민철은 13세였던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을 뽑는 과정을 그린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도 출연한 바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2017년 3월 방송된 '영재발굴단' 101회 영상과 캡처본 등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용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초등학생 전민철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아버지 전재용 씨는 전민철을 불러다 소파에 앉힌 후 "무용 계속 할 거야? 중학생 돼도 무용 계속 할 거야"라고 물었다. 전민철은 주저 없이 "응"이라고 했다.
전 씨가 "공부 열심히 하니까, 잘 하니까 무용은 그냥 취미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전민철은 울먹이며 "그냥 내가 무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민철은 "내가 무용수로만 가면 사람들이 많이 안 알아주니 내가 빌리 오디션도 보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눈물을 흘리며 "아빠 눈에는 내 행복한 모습은 안 보여?"라고도 했다.
전민철은 방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아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여러 운동을 시켜봤다고 했다. 그는 "운동을 시킬 목적으로 축구나 태권도를 시켜봤는데 이튿날 (민철이가)울고 왔다"며 "무용을 시키면 그나마 운동이 될 것 같아 시켰다"고 했다.
당시 방송을 보던 패널들은 "아버지의 고민이 현실적"이라면서도 "시킨다고 이 정도 수준이 될 수 없다. 너무 잘한다"며 전민철의 재능을 칭찬했다.
과거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얼굴이 낯이 익는가 했는데, 잘생기고 멋지게 컸다", "지금보니 아버지가 계속 밀어준 것 같다. 축하드린다", "다 잘돼서 너무 다행", "아들이 세계적 발레리노가 됐으니 아버지도 정말 기쁠 것" 등 반응을 보였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