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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틱톡 사태로 보는 데이터안보전쟁, 챗GPT에게 "독도는 누구 땅이냐" 물어보면…
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가 7일 오후 7시 10분 '라인·틱톡 사태로 보는 데이터 안보 전쟁'편을 방송한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상배 교수의 강연으로 알아본다.

-라인야후 사태로 들여다보는 플랫폼 영토 전쟁

라인야후는 최근 정보 유출 문제로 일본 정부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받고 일본 총무성에 네이버 클라우드와 시스템 분리 조치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라인야후 사태는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데이터 안보’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디지털 패권 경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에서는 김상배 교수를 초대해 최근 일들과 더불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플랫폼 영토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또 대한민국의 대응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국가 간의 플랫폼 경쟁, 데이터 주권의 시대

한국의 네이버가 개발해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경영하고 있는 라인은 일본 국민 1억 2천만 명 중 1억 명 가까이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이다. 일본 정부가 ‘정부를 위한 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라인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연관돼 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라인이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2011년 동일본 지진 때”라고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통신 채널이 마비되자 네이버는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1년 6월, 라인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당시 일본 내 포털시장 1위였던 야후재팬과 라인이 통합 발표를 하면서 지금의 ‘라인야후’가 탄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 11월, 일본 라인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시작되었다. 라인야후는 지난 7월 1일, 일본 총무성에 네이버와 업무 위탁을 조기에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김 교수는 “일본 라인야후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자 라인 메신저를 개발한 신중호 이사를 해임하는 등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면서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가 된다면 일본 최대의 플랫폼을 손에 넣게 되면서 일본, 동남아, 타이완 2억 명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업 대 기업 간의 경쟁으로 여겨졌던 ‘플랫폼 비즈니스’가 최근 국가 개입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현상의 연장선”이라고 전했다.

-점차 ‘안보화’되는 데이터

김 교수는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가 미국의 ‘틱톡 금지법’”이라고 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지난 4월, 중국 틱톡의 유통, 배포 금지법안이 미 상원과 연방의회를 통과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틱톡은 미국 내 이용자가 4억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큰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경제 효과도 상당한 만큼 틱톡커들이 틱톡을 지켜야 한다는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또한,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법적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적인 공방까지 예상된다.

그러나 미 정치권에서는 “틱톡이 미국 시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를 중국으로 넘기고 있다”면서 자국의 ‘데이터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과거 데이터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 안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4차 산업혁명, 정보화 시대를 지나면서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고, 이러한 ‘빅데이터’들이 모여서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고 전했다.

이러한 빅데이터들을 어떤 목적으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특정 정보가 추출될 수 있어 국민 전체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CCTV, 드론, 항만 크레인 또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제재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미 정부가 국가안보라는 시장 외적 잣대를 동원하여 중국 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을 견제한다는 비난도 존재하지만, 김 교수는 “중국으로의 데이터 유출 자체가 미국의 큰 안보 위협이 된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며 “이러한 흐름이 최근 외국산 플랫폼 서비스의 규제로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AI 시대 –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플랫폼 지정학

데이터 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데이터의 이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이번 틱톡 사태로 미국 또한 데이터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내에서 수집하고 생성된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 내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 또한 중국 내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했는데, 중국 정부에 고객 데이터 관리 권한을 넘기고 사전 검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또한, 김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국 고유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라 전했다. 이를 설명하면서 챗GPT에게 ‘독도는 누구 땅이냐’ 물었을 때 ‘독도는 일본과 대한민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땅’이라고 답해 패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챗GPT가 전 세계 데이터를 학습해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라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생성형 AI의 이용이 늘어나며 자국 문화의 본질을 훼손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자국 고유 언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서 활용하는 ‘소버린(sovereign) AI‘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라인야후 사태 또한 데이터의 지정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AI 시대에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해 네이버와 기술 협력을 통해 자국 플랫폼과 인프라의 공백을 채워나가고 있었지만,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에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증축하는 등, 지난 5월 돌연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상배 교수는 “자국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산업, 생태계 세 가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세 가지를 모두 구축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데이터 주권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지정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기술 차원이 아니라 외교 차원에서 우리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고유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플랫폼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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