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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상은 안뎀이댜” 6·25 견딘 얼굴들…이응노 미공개작 첫선 [요즘 전시]
이응노, 취야-외상은 안뎀이댜, 195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42x52㎝.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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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955년에 그린 취야는 자화상 같은 그림이었지요. 그 무렵 자포자기한 생활을 하는 동안 보았던 밤시장의 풍경과 생존경쟁을 해야만 하는 서민 생활의 체취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 역시 나는 권력자보다는 약한 사람들,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 움직이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뭔가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쪽에 관심이 갔고, 그들 속에 나도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응노, 박인경, 도미야마 다에코와의 대담 중에서)

한국전쟁(6·25전쟁)을 겪은 고암 이응노의 1950~1960년대 미공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응노 탄생 120주년을 맞아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작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내달 28일까지 열리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문인화의 전통을 넘어 삶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30대부터 인간 탐구의 절정에 이른 말년까지의 작업을 망라한 작품 111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응노의 활달하고 거침없는 필치가 돋보이는 1950년대 대표작 중 하나인 ‘취야’ 연작은 전시의 백미다. 화폭에는 탁자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그 뒤로 여러 인물 군상이 배경으로 묻히듯 그려져 있다. 이는 취야 연작의 기본 구도인데, 무엇보다 웃는 눈의 돼지머리가 걸린 모습과 ‘외상은 안뎀이댜’라고 적힌 고암의 글씨가 눈에 띈다.

군상, 옥중조각, 1967~1969년, 밥풀, 종이, 26x17x20(h)㎝. [가나아트센터]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미공개 작품 중에는 작가가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대전,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옥중에서 그린 풍경화도 2점 있다. 1968년 대전 교도소에서 그린 풍경과 1969년 안양 교도소에서 뒷산인 모락산을 그린 그림이다. 처절했던 고암의 옥중 시기를 알 수 있는 밥풀조각도 함께 전시된다. 밥알을 조금씩 모아서 신문이나 종이조각과 뭉개고 섞어 반죽을 해서 만든 형상으로, 재료적 특성으로 자주 공개되지 않는 작품이다. 작가는 생전에 “감옥에서 가장 괴로웠던 것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묵으로 그린 1988년작 붉은 대나무 그림도 이번 전시에서 대중에 첫 공개된다. 동백림 사건 등 정치적 사건으로 부침을 겪은 작가는 당시 “왜 하필 붉은 대나무를 그렸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럼, 대나무가 검은색입니까”라고 답한 일화가 있다.

전시는 2부로 연달아 이어진다. 우선 작품에 녹아 든 고암의 시대 인식과 그가 일평생 추구한 동양화의 현대화를 이번 1부 전시인 ‘고암, 시대를 보다: 사생에서 추상까지’에서 볼 수 있다. 해당 전시가 끝나면 오는 8월 2일부터 고암을 대표하는 ‘군상’ 연작을 집중 조명하는 2부 전시가 열린다.

주죽, 1988년, 종이에 채색, 138x69㎝. [가나아트센터]
Composition, 1973년, 천에 채색, 200x190㎝. [가나아트센터]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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