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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 입시학원에서 이런 대사가 나올 줄 몰랐다[서병기 연예톡톡]
호혜커플의 성숙한 멜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한테 미안해하지마. 대신 너가 해줄게 있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날 사랑해. 늘 옆에 있으려고 하고, 만지고 싶어하고, 밥 먹이고 싶다고 해줘. 그거면 돼."

지난 주말 방송된 tvN ‘졸업’ 13, 14회에서 정려원(서혜진)이 위하준(이준호)과의 관계가 대치동 학원가에 탄로나면서 모든 커리어가 무너지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정려원이 위하준에게 한 말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자친구라니. 참으로 대사가 좋기도 하고. 성숙된 사랑을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관계가 삽시간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까지 퍼질 것을 직감한 정려원은 눈 속에서 위하준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장면에서 정려원은 아련한 표정과 깊은 눈빛, 담백한 대사 처리로 자신이 왜 첫사랑의 아이콘인지 또 한번 증명했다.

정려원은 악성 루머로 인해 동료 강사들과 학부모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당하고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준호 역의 위하준도 "무서운데요. 선생님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졌어요"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졸업'속 대치동은 한 사람의 불행은 다른 사람의 행복이다. 한 사람의 약점은 다른 사람의 좋은 먹이가 된다. 학생들을 뺏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정려원이 연기하는 서혜진이 지금 루머의 주인공이 됐다.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마지막 관전포인트일 것이다. 결말은 이를 돌파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도 완성될 것이다.

정려원은 ‘졸업’의 치열한 대치동 학원가에서 성공한 스타강사가 겪는 갈등과 성장통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 성장통에는 멜로가 같이 붙어있다.

정려원의 멜로 연기는 마치 엔진을 달고 있는 듯이 추진력을 보인다. 멜로가 위기에 봉착하고 답답한 국면에 접어든 지금에도 답답하지 않다. 그건 정려원과 위하준의 연기력 덕분이다.

'졸업'에서 정려원의 위기는 크게 일과 사랑 두 가지다. 앞서 11, 12화에서 서혜진은 교재 최종 인쇄를 앞두고 교재를 전부 새로 제작하겠다는 이준호(위하준)와 다른 강사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다퉜다. 준호는 과거 혜진에게 배웠던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했고, 혜진은 입시로 신분이 결정되는 환경에서 무책임한 말을 하지 말라고 격하게 분노했다.

학생들에게 점수만 높여주면 된다는 기존 서혜진 방식과, 애들을 제대로 읽게 만들고 감상하게 만들겠다는 이준호의 신규 방식의 충돌은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좋은 대학 많이 가게 만들어주면 돼.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쓰면 안돼"(서혜진)

"그건 누가 자료 한번 들고 날라버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래성 아녜요? 당장 국어 점수 하나 끌어올리는 게 제 목표가 아니에요. 다른 과목 점수까지 동시에 올릴 수 있게 할 겁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취해있는 거죠. 대치동 방식에, 그 애들 필기나 대신해 주면서 글 읽는 방식을 가르치겠다? 고차원적인 사고습관이 생기고, 전과목에 영향을 주고."(이준호)

입시학원에서 일어나는 멜로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올 줄은 몰랐다. '백분토론'에서 입시교육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할 때보다 더 핵심을 찌르는 좋은 대사다. 이런 논쟁은 얼마든지 좋다.

드라마에서 이런 논리싸움, 관점대결의 티키타카를 본 지 오래됐다. '선덕여왕'에서 미실과 덕만의 논쟁, '뿌리 깊은 나무'의 이도와 정기준의 논리 경쟁이 떠오른다.

그러다 결국 혜진이 "너 나를 자극해서 얻는 게 뭐니"라고 했고 서준호는 "백년해로"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뿜을 뻔 했다.

학원에서 교재 문제로 위하준과 싸우는 장면에서 정려원은 입술을 떨거나 감정이 격앙된 호흡으로 대사를 처리해 현실감을 극대화 시켰다. 정려원은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그 성장통을 이겨내고 있는 캐릭터의 어른스러운 면모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혜진은 결국 준호에게 "네가 가르치고 싶은 대로 가르쳐 보라”며 준호의 뜻을 존중했다. 준호가 글을 읽을 때 요구되는 감각을 극대화 시키는 방식으로 준비한 수업을 보며 혜진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네가 이겼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혜진은 대치체이스 부원장 우승희(김정영)가 자신의 10년 치 자료가 담긴 USB를 최선국어에 건네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도 정면승부에 나서며 위기를 극복했다.

우승희 부원장 뿐 아니라 서혜진을 몰락시키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이제 제자인 준호와 사랑에 빠져 특혜를 줬다는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서혜진과 이준호는 커리어가 무너질 최악의 위기 속에서 더욱 깊어진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준호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서혜진의 감정선을 다채로운 연기로 그려낸 정려원은 ‘서혜진’ 그 자체였다.

위하준도 솔직하고 다정한 순정 연하남이지만 단호할 때는 누구보다 실천력이 강하고 정의감이 느껴지는 준호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다.

위하준은 “시련과 아픔을 겪고 각성한 준호가 어떻게 달라지고 상황을 헤쳐 나가는지, 혜진과 준호가 서로에게 얼마나 더 의지하며 깊어지는지 주목하여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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