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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남매'가 용우와 초아에게 남긴 것[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웨이브 오리지널 ‘연애남매’는 지난 14일 최종 세 커플을 탄생시킨 후 21일에는 비하인드를 공개하는 코멘터리 영상 '연애남매 어땠냐면'을 방송했다.

‘연애남매’는 혈육의 연애를 직관한다는 독보적인(?) 콘셉트 아래 남매들이 함께 참가해 로맨스의 설렘부터 가족의 따뜻함까지 선사한다는 취지로 연애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초중반까지는 가족이 주는 강점이 통했다. 마치 가족 시트콤이나 코미디를 볼 때 느끼는 유쾌하고 따뜻함이 제공됐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모습까지 담겨있는 홈비디오를 보면서 역시 이진주 PD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남매 컨셉이 진지한 연애감정을 이어가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됐다. 마지막까지 매끄럽게 풀리지는 않았다. 남매, 가족이라는 특수성도 살리고 연애 감정도 살리는 식으로 '행복회로'를 끝까지 돌리지는 못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여름방학' '윤식당' 등에서 누구보다 따뜻함을 잘보여준 이진주 PD가 이번에는 그런 온기를 끝까지 살리지 못한 것 같다.

더불어 제작진에게 궁금증도 생긴다. 용우는 초반 누가 뭐래도 멋있는 훈남으로 그려졌다. 용우는 여성에게 인기남일 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듬직하고 매력적인 '형'이다. 특히 '매형헌터'를 자임했던 철현이 용우를 너무 좋아했다. 용우는 지원과 데이트한 날도 "오늘 날 설레게 한 이성은?"이라는 질문에 초아에게 문자를 보내던 '직진남'이었다. 하지만 용우가 후반에는 '빌런'이 된다. 초아에게 향하던 일편단심이 종반에 접어들며 지원으로 바뀌게 되고, 결국 용우-지원은 커플을 이뤘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나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초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초아는 어떤 마음과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을까? 초아 동생인 철현은 용우를 계속 좋은 '형'이라고 생각할까?

코멘터리 영상에서 지원은 윤재에게 "나는 너가 (윤하에게 직진하던) 마음을 바꾸려고 하면 꿀밤을 때리려고 했었어"라고 했다. 가족끼리도 이 정도라면, 철현이 자신의 누나에게 직진하던 용우가 그런 식으로 다른 여성에게 가버리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연프' 참가자들에게는 두 가지 거대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두루 만나보고 결정하는 것과, 처음부터 한 사람에게 직진하는 것이다. 전자는 욕을 먹을 수 있고, 후자는 욕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게 옳은지는 알 수 없다. 각자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강력하게 꽂히는 이성이 안나타날 수도 있다. 용우는 줄곧 직진남으로 그려졌다. 필자도 이번에는 용-초(용우와 초아)가 주인공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어떻게 됐나. '파리의 연인' 같은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이 모든 게 꿈이었다고 결말을 내면 시청자에게 욕 먹지 않나.

제작진은 전체를 다 찍고 결과를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편집에 들어간다. 용우를 엄청난 매력남으로 그리는 것 까지는 몰라도 향후 드러나는 큰 변화에 대한 복선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보고 난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10만 팔로우를 훨씬 넘겼던 용우의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그런 감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용우와 초아에게 모두 마이너스다. 용우를 나쁜 남자로 만들고, 초아는 비참한 여자로 만든 거라는 말이다. 지원에게 마음을 정한 재형에게도 피해가 가게 됐다. 리얼리티물이라 일차적으로 잘못은 본인에게 있지만, 제작진이 그런 걸 예방해주는 '빌드 업'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연프'는 거의 인터뷰가 있다. 출연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감정의 변화나 자기 행동의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갈아타기를 할 때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설명해 납득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런 속마음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도 그 감정을 따라갈 수 있다.

용우는 자신의 감정(변화)을 설명할 때 애매한 부분이 있다. "중립으로 왔다"거나 등등 선문답성 설명이 있다. 하지만 조금 구체적으로 마음의 변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용우는 자신의 마음이 변할 걸 늦게 표현했거나, 초아에게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했다.

"대화는 너무 잘 되는데...이성적인 감정이 좀...노력으론 좀 힘든 부분이 있잖아"(용우→윤재)

용우는 초아가 안되는 이유를 초아에게 직접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용우는 듀엣가요제에서 우승하고 받은 꽃다발을 모두가 보는 곳에서 초아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초아는 용우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럽고 착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시원하게 욕이 나오면 좀 시원할랑가. 사람이 이해를 해버리면 답이 없어"(초아→윤재)

"'어떻게 이렇게 쌓아왔던 시간이 한순간에 무(無)가 될 수 있는가'에서 내 마음이 쉽지 않은 거야. 변화되는 과정을 보고 있는 사실이 되게 아프더라. 그 시선이 보이긴 해도 내 마음을 멈출 수는 없겠더라고"(초아→윤하)

"지금까지 진행되던 게 어떻게 한번에 끝나. 그건 AI지"(윤하상담소→초아)

"이틀동안은 미운 감정이 더 컸다. 미운 감정이나 서운한 감정도 애정이란 생각이 들면서 제 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제 마음은 변함 없다. 내 기억 속의 용우는 멋지고 설레고 감동적인 사람이야"(초아)

"너가 너무 미웠어. 오늘 아침에 미운 것도 애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초아)

"제가 용우 마음을 확대해석했다는 걸 싱가포르에 와서 하게 됐다. 내가 의미 부여를 많이 했다. 저만큼 커지도 않았던 것 같고,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을 텐데"(초아)

"저의 속도랑은 다르게 달려온 건 사실이다. 감정에 체한다 라는 기분이 들었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왜 나는 나답지 못하게 감정에 체할 만큼 했을까 싶기도 한 거다. 한편으론 상대의 감정도 좀 보면서 좀 여유를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초아)

"어떤 필터 없이 제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시간들이 다시 있을까 생각해봤다"(초아)

사랑은 엇갈리기도 한다. '연애남매'는 초아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순수한 연애세포가 존재함을 확인한 것일까? 초아가 그런 것만을 위해 '연애남매'에 참가한 것은 아닐 듯하다. 초아가 성사가 안될 줄 알면서도 용우를 최종 선택한 것은 용우에게는 미안함과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용우도 마음이 변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연프'에서는 여러 이성과 만나 감정을 확인해도 되는 자리다. 하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 배려도 필요하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용우는 초아가 '연애남매'에 나온 다른 남자들과 연애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았았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마음이 변할 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배려가 부족해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음을 이번 '연애남매'는 잘 보여주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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