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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과 ‘저주받은 다이아몬드’…그림 속 보석 이야기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피렌체·호프·상시·리전트 다이아몬드. 압도적인 크기와 빼어난 색상으로 역사상 희소가치가 높아 ‘유럽의 4대 다이아몬드’라고 불리지만, 사람들은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라고 불렀다. 소유자에게 화를 불러온다는 전설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4대 다이아몬드는 모두 마리 앙투아네트와 인연이 있다.

루이 15세의 애첩 중 한 명인 마담 드 퐁파두르는 왕의 정부는 아니었지만, 왕을 대신한 의사 결정권자로 ‘왕관만 없는 왕비’였다. 로코코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부셰)에는 양손에 착용한 5줄로 된 진주 팔찌가 눈에 띈다.

유럽에서 로코코 미술이 꽃피우던 시기, 조선시대에는 신윤복이라는 걸출한 화가가 태어났다. ‘조선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인은 무언가를 만지고 있다. 조선의 대표적인 주얼리 품목인 노리개인데, 미인도 속 노리개는 ‘삼천주’(三千珠)로, ‘삼천’은 불교에서 ‘무한하고 거대한 세계’를 의미한다.

인류 역사가 흐르는 동안 늘 사람과 함께한 주얼리에는 격변하는 시대와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민은미 작가의 신간 ‘그림 속 보석 이야기’를 통해 명화 속에 역사와 함께 기록된 인물과 주얼리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통해 주얼리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1400년대 말 르네상스 시기부터 1900년대 초반,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그림의 기록성을 대체하기 전까지의 500년을 집중 조명한다.

까르띠에·티파니·샤넬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를 지낸 저자는 2018년부터 여러 매체에 기명칼럼을 써왔다. 저자는 “차 한잔하는 마음으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주얼리와 보석에 대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가급적 주얼리사(史)의 흐름을 따라 술술 읽히도록 쉽게 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통해 소더비, 크리스티 등 경매를 통해 마주하는 250여 년 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현존하는 주얼리와 170여 년 전 프랑스 유제니 황후의 주얼리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주얼리와 함께 오늘날의 주얼리도 감상할 수 있다. 걸작을 남긴 화가들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까르띠에, 티파니, 쇼메, 파베르제, 부쉐론 등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럭셔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더 이상 주얼리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의미한다. 나만의 지문 같은 ‘주얼리 아이텐티티’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 책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개인의 유산으로서 주얼리는 더 빛나는 가치품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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