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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수어단어카드와 의사소통카드

‘모두를 위한 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정의한 박물관의 주요 개념 중 하나다. 몇 해 전부터 국립항공박물관은 사회적 배려 대상인 장애인들에 대한 교육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의 정규교과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구재, 실물모형 촉각 교구재를 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에는 기내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여 기내훈련체험관이 있다. 항공 안전과 비상 착륙시 탈출 체험 등을 통해 승무원의 역할을 이해하고 안전한 항공 여행을 위한 기내 질서 의식을 습득하는 데 목표를 둔 체험 코너다. 이 코너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아바타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전용 키오스크 속의 아바타는 수어 통역을 통해 청각장애인에게 일반인이 체험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안전 체험을 진행한다.

항공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보여주는 전시관에서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 해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양력과 중력, 조종사와 승무원, 프로펠러와 제트엔진, 주날개와 꼬리날개 등 항공 전문용어를 수어로 해설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조종사라는 일반적인 용어가 수어로서는 용례화 돼 있지 않았다. 비슷한 이유로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이른바 ‘과학용어’를 수어로 개발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탑재하여 널리 알리고 있다.

항공용어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며 청각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어단어카드’를 개발하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항공용어 중 운항승무원인 조종사를 소개하는 수어단어카드의 앞면에는 조종사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고 ‘항공기를 일정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도록 다루는 기능과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설명을 넣었다. 뒷면에는 수어 손동작을 구분 동작으로 그려 넣고, 아래에 설명을 다는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① 오른손 중지와 약지를 접는다 ② 하늘을 난다는 느낌으로 올려준다 ③ 손바닥의 손끝이 밖으로 향하게 핀다 ④ 양손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와 같은 식이다. 다른 항공용어도 연구를 통해 직관성을 높여 수어를 만들고 있다.

박물관은 최근 국토교통부 및 10개 국적 항공사와 함께 항공기 내에서의 ‘의사소통카드’를 개발·제작하고 배포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카드는 말과 언어의 표현 및 이해에 크고 작은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의사소통의 기회를 주고 능력을 향상 시키도록 말을 보완하거나 대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취지로 한다. 항공기 승객들이 자주 요청하는 응급처치와 기내식 서비스 과정에서 필요한 4개 분야 25개 항목을 선별하여 제작하였고, 개발과정에서 청각장애인과 승무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향후 각 항공사에서는 기내지, 태블릿 등을 자율적으로 활용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청각장애인이 항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몇 개의 교구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애의 유형과 중증도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립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약속드릴 뿐이다.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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