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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마틴 울프 지음·고한석 옮김, 페이지2북스)=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사상 처음으로 3연임을 시작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5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박빙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제2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평론가인 마틴 울프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원인으로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불균형을 꼽는다.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는 ‘상호보완적인 대립물’인데 경제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번영을 제공하지 못하면 국민이 포퓰리즘 선동가의 냉소적인 호소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울프는 이런 위기가 닥칠수록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념적·경제적·기술적·군사적으로 서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동맹을 구축하고, 법·규제·제도로 이뤄진 동맹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극에서 얼어붙다(마르쿠스 렉스·마를레네 괴링 지음·오공훈 옮김, 동아시아)=2019년 9월 한국을 포함한 37개국 과학자와 전문가가 참가한 지상 최대 프로젝트 ‘모자익 원정대’의 330여일 간 탐험일지다. 이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이 발견한, 북극 얼음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하는 현상을 이용했다. 즉 독일의 극지 연구용 쇄빙선 폴라르슈테른호를 유빙에 얼어붙게 한 후 유빙의 흐름에 따라 무동력으로 북극점을 포함, 북극의 가장 깊은 곳까지 2500㎞를 탐사한 것이다. 100여년 전과 비교할 때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변화하는 북극의 생생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특히 급격하게 올라가는 북극의 기온으로 모자익 유빙이 붕괴된 순간은 아찔하다. 여기에 1년 여의 탐사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대원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극한의 외로움을 마주할 땐 코끝이 찡해진다.

▶스탈린의 서재(제프리 로버츠 지음·김남섭 옮김, 너머북스)=최고의 소련사가인 저자가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봤다. 스탈린은 생전 2만5000권의 책을 모았을 정도로 열렬 독서광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마르스크-레닌의 저서를 삶의 이정표로 삼고 평생 러시아 혁명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살았다. 하지만 의외의 사실은 그가 트로츠키, 카우츠키 등과 같은 정적의 글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반(反)사회주의법’으로 악명을 떨친 독일의 비스마르크 회고록은 책이 닳도록 읽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혁명 이후 다민족·다인종 국가를 통합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스탈린은 비슷한 상황에서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 것 같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역사서 역시 비(非)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인 로베르트 비페르 저서를 즐겨 읽었다. 소설, 희곡, 영화 대본 등 문학 작품도 스탈린의 주요 독서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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