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대학입시부터 전국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3058명으로 묶여있던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2035년 의사 1만5000명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향후 5년간 2000명씩 증원해 1만명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마지막 기회로 삼고 의료개혁에 차질이 없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의사수를 늘리는 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수도권 원정 진료’가 일상화된 건 정상적이지 않다. 유례없는 초고령화 속도에 의료수요는 더 늘어난다. 지금 이렇게 늘려도 모자랄 판이다. 관건은 늘린 수 만큼 지역에 의사를 붙들어둘 수 있느냐다. 정부가 늘어나는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고 지역인재전형을 60%이상으로 높이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지역인재전형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곳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역인재가 많을 수록 지역에 남을 여지가 많다는 건 일부 지방 의대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상태다. 유인책도 필요하다. 지역 국립대병원을 빅5수준으로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로드맵 실천이 중요한 이유다.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의사들이 필수 과목이 아닌 미용분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기피·인기과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선 일본처럼 지역별 전문과목 쿼터를 설정해 인기 분야 진입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의대증원에 국민 상당수가 지지하는 이유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자는 데 있다. 늘어난 의사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면 허사다. 갑작스러운 증원을 의대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교수진과 현장실습 여건 등 교육의 질 확보는 기본이다.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의대 증원은 입시를 흔들어놓을 만큼 파장이 큰 사안이다. 증원수를 합하면 SKY이공계 숫자보다 많아 이공계 공동화 우려가 크다. 게다가 벌써부터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생들의 지방 전학 쇄도 얘기도 나온다. 자격을 강화하는 등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앞서 내놓은 의료개혁 패키지도 빠르게 진행해야 급작스런 변화에 삐걱거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의대 증원에 국민 공감대가 큰 데도 의사단체들은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전공의까지 휴업에 가세하면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 의사들도 답답한 의료현실에 국민 고통이 크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요구해온 필수의료 수가 인상, 수련의 근로 여건 개선 등도 받아들여진 만큼 명분이 없다. 거리로 나설 게 아니라 의료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