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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억명 투표의 해...4大 관전 포인트 [앙헬 알론소 아로바 - HIC]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다 인구국인 인도가 올해 총선을 치르는 가운데 지난 1월 7일 콜카타에서 인도 공산당 청년파인 인도민주청년연맹이 주최한 집회에 시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다. [AFP]

40억명 투표의 해...4大 관전 포인트

몇 주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연례 전망 기사를 통해 2024년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2개월간 70개국 이상이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주목했던 이들 중 하나다. 추산에 따르면 올해는 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40억명 이상)이 동일 연도에 대통령 선거, 총선 또는 지방 선거를 치르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정확한 수치에 반박할 수 있겠지만, 2024년이 ‘슈퍼 선거의 해(super-election year)’, 즉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 참여 행위일 수도 있는 일에 모든 종류의 체제와 인종이 참여하는 유례없는 선거 주기가 되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는 당일치기 선거에서부터 수 주에 걸친 선거까지, 투명한 자유 경쟁 선거에서부터 강압, 자유와 경쟁의 부재로 퇴색된 선거까지,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선험적 투표에서부터 미디어의 시선이 닿지 않는 미미한 투표(혹시 부탄이 지난주에 총선을 실시했다는 걸 알고 있는가)까지 각종 선거가 망라될 것이다.

우선 올해는 세계 초강대국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4년 주기)로 전 세계인에게 중대한 선거의 해다. 국제관계가 지금처럼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11월 5일이 되면 우리는 모두 소파에 붙어 앉아 CNN의 존 킹이 ‘매직 월(magic wall)’을 가로지르며 모든 대통령 선거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미국 대선의 결과를 보도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2024년은 또한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가 선거를 치르는 해이기도 하다. 인도의 이 엄청난 민주주의 행사는 4월과 5월, 두 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유권자 수는 9억명이 넘을 것이다.(이들은 나렌드라 모디와 인도국민당에 3연임을 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6~9일에 실시되는 유럽 의회의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규모와 범위 면에서 인도의 바로 뒤를 잇는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 걸쳐 유권자 수가 4억명이 넘는 유럽 선거에서는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이 선출되고, 거기서 선출된 의원들이 다시 EU 집행위원회의 새 지도부를 뽑는다. 투표율은 비교적 낮은 편(약 50%)이지만, 올해는 포퓰리즘과 반유럽 성향의 정당들이 선전하면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국민당(EPP), 사회당(S&D), 리뉴 유럽(Renew)이 승리할 것인가. 유럽의 미래가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밖에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 영국을 비롯한 중요 국가들 역시 올해 중요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마다 특수성이 있지만, 대부분 녹록지 않은 국내 상황에 부닥쳐 있다. 3월 중순으로 예정된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는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선거는 크렘린궁의 다음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보다는(스포일러 주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아무 반대 없이 5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이 실제 어떤 지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해가 바뀐 지 단 두 주 만에 이미 방글라데시(인구 1억7000만명)와 대만(국제정세의 핫스폿)이 중대선거를 끝마쳤다. 그 결과는 세계가 2024년 한 해 동안 각종 선거를 얼마나 예의 주시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거들이 국제정세에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모든 선거가 중요하겠지만, 이 바쁜 선거 주기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관심을 가질 만한 네 가지 주요 포인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선거 결과는 현재 국제정세를 지배하는 주요 갈등 중 상당수의 앞날에 대단히 중요하다. 앞서 러시아를 언급했다. 햇수로 3년째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가 논쟁의 대상으로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선거들이 이 전쟁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최근 실시된 독립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이 지금까지 전쟁 과정에서 누렸던 전폭적 지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듯하다. 3월은 이를 확인할 좋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대만에서 라이칭더 후보와 민주진보당이 거둔 승리는 분명 중국 정부의 역내 정책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이 선거 결과는 우려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중동의 상황은 아마도 2024년의 가장 큰 국제적 균열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이미 미국 대선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자행되고 대학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정부에 계속해서 백지 수표를 주고 있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에게 점점 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점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더 당혹스럽기에 그지없다. 그의 재집권은 확전과 이른바 서방 및 나머지 세계 간 분열의 가속화를 불러오고 대서양 양안 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는 뜻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2024년 선거들은 세계 곳곳, 특히 전통적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올해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세계 10대 인구 대국 중 8개국이 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거 중 상당수는 자유롭고 공정한 절차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인들과 더불어, 올해 유권자들에는 북한 주민, 차드인, 그리고 벨라루스인도 포함된다. 따라서 올해는 제도의 질,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공고화된 민주주의 국가들(consolidated democracy)에서 실시될 선거의 내실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nternational IDEA), 브이뎀(V-Dem)을 비롯한 기관들은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민주주의의 퇴보에 대해 커지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더 많은 국가가 반자유주의로 돌아서고 있고, 명백한 독재국가로 전락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른바 부분적 민주주의(partial democracy) 또는 미흡한 민주주의(flawed democracy)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2023년은 사헬 지역 대부분이 군사독재에 점령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쿠데타의 해로 불렸다). 이뿐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도 점차 위기에 빠지고 있다. 양극화, 포퓰리즘의 성행, 오정보와 같은 수많은 요인이 합쳐지며 폭발적 위력을 키우고 있다. 3년 전 미국 의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공격이 바로 그 첫 번째 경고 메시지였다. 미국 의회에 대한 공격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었으며, 작년에 브라질에서도 재현됐다. 그러니 선거 유세, 투표,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하겠지만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민주주의 국가들, 특히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그 토대가 확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국가들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엄중히 감시해야 한다.

2024년에 찾아볼 세 번째 중요한 사항은 기술이 정치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과 효과다. 이것은 결코 새로운 주제가 아니며, 이와 관련한 우려들은 가령 유권자 조종, 반향실 효과(echo-chambering), 사이버 공격, 결과 조작 등을 둘러싼 공적 논의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유세, 지원 활동, 개표, 투표 검증 등 선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갈수록 뚜렷해지는 기술 의존성으로 인해 각종 관련 리스크들이 전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과 같은 과거 사례, 허위 정보 유세, 또는 사기 의혹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들로 인해 우리가 곧 겪게 될 상황과 비교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기술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대중을 선동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리스크를 초래하는 일을 더 값싸고 더 손쉽게 만들어 버린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이 모든 선거의 결과는 기후, 보건, 개발 등 앞서 언급한 평화의 차원을 넘어 수많은 범세계적 도전과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 능력을 좌우할 것이다. 글로벌 공공재(global commons)를 관리할 목적으로 창설된 국제기구들, 즉 국제연합과 수많은 그 산하 기구 및 프로그램,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각종 지역개발은행 등에 모여 앉아 그 기관들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국가 정부들이고, 우리의 다자 시스템은 결국 우리가 선출하는 이 국가 정부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선거에는 국제 무대에서 국가의 지위를 뒤바꾸고, 문제아를 건설적인 참가자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선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우리가 2023년에 경험했듯이 말이다. 작년에는 폴란드에서 친유럽 성향의 정부가 재집권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EU의 창립 멤버인 네덜란드에서 극우파가 가장 높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부상했다. 요즘 세상은 국제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혁신하고자 하는 비전과 추진력을 가지고 가교 구실을 할 리더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 그 임무를 맡길 것인지는 선거로 결정될 것이다.

그러니 모두 치열한 슈퍼 선거의 해에 대비하기를 바란다. 선거 결과의 여파는 해당 국가의 경계를 훨씬 넘어 퍼져 나갈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은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위기들과 장기적 문제들의 상당수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세상이 과거 몇 년간 만연해진 폭력과 갈등, 그리고 파괴적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갈까, 아니면 여전히 반전의 희망이 존재하고 있을까. 전 세계 유권자들이 답해줄 것이다.

앙헬 알론소 아로바 스페인 IE대 국제문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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