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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상속은 ‘부의 대물림’ 아니라 ‘업(業)의 승계’

“시작은 상속세 자금 유치였다. 하지만 수많은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20~30년 후에는 삼성, 현대차·기아, LG그룹 등 해방 이후 수십년 간 국민의 힘으로 키워온 기업들마저도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국내 자본이 아닌 해외 자본의 소유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최근 이슈가 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을 주선했다는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밝힌 내용이다. 상속세를 내려고 지분을 해외에 파느니, 다른 기업과의 통합으로 기업을 이어가는 게 차선책이었다는 의미다. 묘수는 찾았지만 가족간 경영권 분쟁은 후폭풍이었다.

상속세는 재계의 고질적 문제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 2배 수준이다. 최대주주로 주식을 상속 받으면 60%에 이른다. 상속세를 내려다 기업이 사라질 판이다. 현금이 없으면 지분매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오너지분이 감소하면 안정적 경영을 위한 지분확보가 어려워진다. 경영권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지분 매각이라도 순조로우면 다행이다. 2022년 김정주 넥슨 창업자 별세 이후 유족은 6조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이중 정부에 넥슨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 지분 4조7000억원 어치를 물납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최근 2차례에 걸쳐 이를 공개매각하려 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삼성가 역시 상속세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으로 늘 주목을 받는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우회적이지만 상속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며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소·벤처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40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상속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는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을 약화(93.6%)시키고,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친다(96.4%)고도 했다.

기업에 ‘부의 대물림’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업(業)의 승계’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창업자가 애써 일군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든다. 국가적 손실이다.

스웨덴 제약기업 아스트라는 1984년 대주주가 사망한 뒤 유족이 65%가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영국 제네카에 팔렸고 지금의 아스트라제네카가 됐다. 스웨덴에선 이후 상속세를 폐지하고 실제 자산을 팔았을 때 생기는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세율 30%)로 전환했다.

이제 우리도 상속세율 인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상속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영국도 최근 상속세 폐지를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 아스트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상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영속(永續)’이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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