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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준금리 7연속 동결...더 급해진 물가 잡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2·4·5·7·8·10월에 이은 7연속 동결이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와 수출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높여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을 키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2%포인트)이 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 등도 한은의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 격차가 여기서 더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가 양호한 흐름인데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내에서 매파(긴축선호)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값은 석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10년물 국채금리도 4.35%까지 떨어졌다. 월러 이사는 28일 미국기업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현 통화정책이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을 보면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90달러대에서 7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도 물가 불안을 한 시름 덜게하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가 물가 통제에 성공해 이른바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반면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인플레 터널’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오르며 7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시기 미국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미 물가상승률이 역전된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11월에도 3.5~3.6% 안팎의 물가가 나올 것(추경호 경제부총리)으로 예측된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 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다. OECD가 29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1.4%로 낮춘 것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1%포인트 낮춘 배경도 고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이 작용했다.

물가상승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7일 전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간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전망이라며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도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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