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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英도 법인세 대폭 감면...세계 조류와 거꾸로 가는 巨野

영국 보수당 정부가 연간 150억파운드(약 25조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놨다. 현대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대상 감세 조치다. 올해(0.5%)와 내년(0.6%)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리시 수낵 총리가 승부수를 던졌다. 감세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도 있지만 경제를 살리지 않고선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기업이 정보기술(IT)장비와 생산설비에 투자한 금액의 2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영국 기업은 연간 최대 110억파운드의 법인세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숙박·소매·레저업종 기업에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법인세 75% 인하 조치도 5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과감한 감세로 연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린다는 쇄신안이다.

영국이 깜짝 감세안을 마련한 것은 올해 세율이 인상되면서 경기가 침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당시 19%이던 법인세의 명목 최고세율을 올해부터 25%로 올렸는데 미국발 고금리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맞물려 경기침체의 도화선이 됐다.

영국 못지않게 경제가 어려운 이웃 독일이 최근 연간 10조원의 법인세를 감면하고 기업 전기요금을 97% 감면하는 등 전방위 지원안을 내놓은 것도 자극이 됐다. 독일은 지난 8월 4년간 320억유로(약 45조원) 규모 법인세를 경감해주는 성장기회법을 도입했다. 선진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이 전망되자 내놓은 카드다.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도 법인세를 낮추는 등 친기업 정책으로 최근 수년간 GDP 성장률이 유럽연합(EU) 평균 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상회하고 있다. 일찌감치 법인세 혁명(50→12.5%)을 단행한 아일랜드는 2003년에 1인당 GDP가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영국을 추월했고, 지난해에는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경제가 비약했다. 법인세를 확 낮추자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몰려들었고 세수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진 덕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권(OECD 38개국 중 34위)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최고세율 적용 과표 구간을 ‘연 3000억원 초과’에서 ‘연 200억원 초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다. 이렇게 되면 최고 세율 적용 기업이 현재 152개에서 2052개로 급증한다. 해외 기업 유치는커녕 국내 기업도 달아날 판이다. 한국도 내년에 총선을 맞는다. 자고로 경제에 무능한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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