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조만간 법인세 중간 예납 실적을 반영한 세수 재추계 결과를 공개한다고 한다. 세수 재추계는 현재 경제상황을 반영해 세수목표치를 변경하는 작업이다. 문제는 올해 국세 수입이 애초 정부 예상(400조5000억원)보다 60조원가량 부족한 340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데 있다. 반도체경기 타격에 삼성전자 등 중 기업 실적이 저조해 법인세가 덜 걷힌 데다 부동산거래 감소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 세수도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이미 1~7월 국세수입이 217조원6000억원으로, 1년 새 43조4000억원 줄어 새삼스럽지 않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약 60조원이 되면 기존 세입예산 400조5000억원 대비 약 15%의 세수 오차율을 기록하게 된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초과 세수로 인해 각각 17.8%, 13.3%의 세수 오차가 나타났다. 지난 53년간 세수 추계 평균 오차율은 5.7%였다. 올해도 15% 안팎의 세수 오차율이 현실화하면 1988~1990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대 오차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그나마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과 지난해엔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 세수’(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였지만 올해는 ‘세수 결손’이어서 심각성이 더하다.
물론 중국 리오프닝(경기 재개) 효과 저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세입 규모 추정이 100% 정확할 수는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세수 추계의 기준이 되는 경제성장률과 세수 증가율 사이의 관련성이 약해지고, 경기상황 등에 따라 변동폭이 큰 법인세·소득세·자산 관련 세수의 비중이 커진 점 등을 세수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그렇다 해도 한 해에 50조~60조원대 세수 오차가 3년째 이어지는 것은 합리적 범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나라살림의 근간인 세수 예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나라살림도 틀어질 판이다. 기재부는 지난 1일 국회에 내년도 총국세를 367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국세 전망치보다 33조원가량 적지만 최대 6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재추계 기준을 고려하면 30조원가량 많게 잡은 규모가 되는 셈이다.
실제와 동떨어진 세수 추산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재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독립된 세수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세수 추계에 정부 성향이 반영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7월 말 기준으로 이듬해 세수 전망을 하는데 앞으로는 하반기 기업 실적 등을 반영해 연말 국회의 예산안 합의 전에 업데이트된 세입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