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구도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28~29일 이틀간 각각 진행된 국민의힘 연찬회와 더불어민주당 워크숍 결과가 그렇다. 여야 모두 민생을 중시하는 정기국회를 거듭 강조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주도권 선점에 더 방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와의 결속과 야당의 입법 폭주 견제를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를 ‘난파선’에 비유하며 ‘정권심판론’ 입장을 굳히며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웠다. 이러한 여야 행보는 올 정기국회에서의 치열한 전면전을 예고하는 대목인 셈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그 어느 때보다 민생 현안이 산적한 정기국회가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야당을 향한 강경 발언들이다. 특히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아찔한 생각이 든다”는 발언은 정치적인 금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야당을 아예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가려는데 뒤로 가겠다 하면 협치가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야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협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는 의미 말고는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국가의 지향점과 지향할 가치에서 중요한 게 이념”이라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최근 강조한 ‘공산전체주의’와의 대결과 그 맥락이 같다. 이념 대결구도를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민을 둘로 갈라치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설령 개인적 생각이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 전반을 아우르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여야 대치의 골이 깊어지면 그 피해 감당은 늘 국민의 몫이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만 해도 화급한 민생 현안이 차고 넘친다.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 과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활로를 뚫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적극 강조했던 ‘킬러규제’ 혁파 관련 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이 모든 게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협력과 지원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여야 대치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는 결국 윤 대통령과 여권이 제공해야 한다. 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이들을 내팽개치면 국론은 분열되고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설득하고 타협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당시 첫 소감으로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윤 대통령의 행보에는 그 초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