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동북아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3국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통해 유사 시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한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의 전술핵뿐 아니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 등도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이라는 동북아 안보 체제 탄생 이후 70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미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이번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역사적으로 복잡한 3국이 공동의 위협에 함께 대처하기로 한 것은 북핵 고도화와 북·중·러의 연대 강화 등 현안이 간단치 않다는 인식에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은 아니지만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유다. 그럼에도 온도 차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내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우리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 “위기의 근원이 뭐가 됐든 관계없이”라고 3국 공조를 설명했으나 윤 대통령은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는 소통 채널로 선을 그었다.
우리로선 일단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안보방파제가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일이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훈련 등 위협 대비 삼각 공조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경제적 실익도 적지 않다. 3국 재무장관회의를 신설, 금융 불안 시 적시에 미국과 일본에서 외화를 공급받을 수 있고 인공지능, 우주산업 등에서 공동 기술개발과 국제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된 점은 큰 성과다.
다만 북·중·러와의 대결구도는 과제다. 당장 군사적 긴장감 고조가 가시화하고 있다. 21일부터 실시하는 안보 위협 대응 을지연습과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한·미 연합연습을 앞두고 북한은 전략무기 발사 조짐을 보이는 등 불안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일 안보협의체에 반발, 무력시위에 나서는 상황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외교적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충돌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지 않은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사 시 한·미·일 군사적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과 함께 북한·중국과의 대화 공간을 열어가는 노력도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