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업계가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미국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와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의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은 물론이고 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중국 위기에 강(强)달러가 겹치는 이중 펀치를 맞고 휘청거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7일 1342원으로 급등해 연중 최고치(5월 2일 1342.1원)에 근접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고 외환당국 개입이 없다면 환율이 135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도 장중 25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간신히 2519.85로 마감했다. 장중 25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5월 17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는 금융위기로 번지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최대의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등 주요 개발업체의 도미노 부도에 이어 17일(현지시간)에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인 헝다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110조원대 투자금을 굴리는 중국 최대 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지급 중단위기에 빠졌고, 1조위안(약 18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중즈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부채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자칫 ‘중국판 리먼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회의록이 공개되자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258%를 기록해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 과열과 고용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어 현재 5.25~5.5%인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차가워서, 미국 경제는 뜨거워서 문제인 형국이다.
중국 리스크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강달러까지 다시 고개를 쳐들면서 한국 경제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강달러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키우고 가까스로 회복 국면에 들어선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지금으로선 중국발 리스크가 한국의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위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방파제를 더 두껍게 쌓는 게 급선무다. 환율 안정은 결국 무역수지 흑자가 최선의 방책이다.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 경쟁력 격차 유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