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예상했던 대로 불황 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와 중국 시장 수출 부진 여파에 따른 법인세 급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고, 부동산시장 냉각으로 인한 관련 세수 격감도 영향을 미쳤다. 법인세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16조8000억원이 줄었다. 부동산세는 거래 감소 및 종합소득세 기저효과 등에 따라 11조6000원이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는 서비스업 부진으로 마이너스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국세 3대 중심축이 모두 흔들리는 ‘세수 비상’ 국면이다.
그나마 자동차가 반도체 공백을 메워주면서 지난달 세수가 전년 동월보다 3조3000억원 감소하는 데에 그쳐 ‘세수 펑크’가 40조원대를 넘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할 판이다. 법인세와 부동산세 감세 등 세정 지원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세수감소는 29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이 다섯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생산·소비·투자가 5년4개월 만에 두 달 연속 동반 증가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턴(반등)하고 있다는 신호로 경기 ‘상저하고’의 좋은 조짐이다. 부동산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렇다 해도 예상 세수(400조5000억원)의 10%에 이르는 40조원가량의 역대급 세수 결손을 벗어나긴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세수 펑크는 경기침체 때 서민경제의 보루 역할을 하는 재정을 제한하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상반기 0%대의 성장률에 정부의 지출 감소에 따른 투자·소비 부진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야당은 경기부양형 추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빚을 늘릴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도 기금 여유분과 미집행(불용)자금 등을 동원해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며 세입경정을 포함한 추경 편성에 대해선 강하게 일축한 바 있다.
감세 기조를 고수하면서 건전재정을 꾀하고 취약계층의 복지를 떠받치는 역할도 감당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 말대로 넉넉하지 않은 예산이라도 누수를 차단하면서 꼭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는 게 우선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략산업과 첨단 기술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제활력을 높여 말랐던 법인세를 다시 채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서민이 경기침체를 견뎌낼 수 있도록 부축하는 재정의 역할도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