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핼러윈 참사는 특정인 때문이 아니라 매뉴얼·교육 부재 등 총체적 결과”라며 이 장관이 재난안전 총괄책임자로서 최적의 대응을 하지는 못했다 해도 파면될 만큼의 헌법과 법률 위반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은 면했다 해도 정치·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할 수는 없다.
헌재는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사전예방 조치 적절성과 관련해 대규모·고위험 축제에 대한 미비점 개선 요청을 한 바 있고 용산구나 경찰로부터 사고위험을 따로 보고받지 않은 점에서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봤다. 참사 이후 중앙안전대책본부 설치 등이 일부 늦어진 것도 실질적 초동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 틀리지 않았고 참사 현장 이동 과정에 보고와 지시가 이뤄진 점을 인정했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취지의 일부 발언도 부적절하지만 탄핵감은 아니라는 데는 모두 일치했다.
헌재 결정은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167일 만에 나왔다. 그동안 재난 컨트롤타워의 핵심 책임자가 공석이었다는 얘기다. 임시 제방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지하차도에 갇혀 14명이 숨진 오송지하도 참사 등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로 46명이 숨지는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결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애초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헌재가 지적한 “이태원 참사는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이는 오송 수해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건이 일어나면 담당자 처벌로 덮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인식과 대처가 “경찰·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했더라도 사고를 막기 어려웠다”는 이 장관 발언이 나온 것 아니겠는가.
헌재 기각 결정이 나온 직후의 이 장관 태도도 실망스럽다.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는데 애초 국민 공분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적절한 발언으로 보이지 않는다.
직무에 복귀한 이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적지 않다. 보여주기식 대신 재난안전 관리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손 보고 유사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 숙지가 중요하다. 시스템이 삐걱거릴 때를 대비한 조치까지 마련해야 한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재난안전 시스템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