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의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감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2개 기둥 중 19개 기둥에서 전단보강근이 빠졌고, 시공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 미달하게 타설됐다. 입주 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일이다. GS건설은 추가 비용만 5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하고 아파트 전체를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고 하나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붕괴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 마디로 황당하다. 각 층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기둥에 설치해야 할 철근(전단보강근)이 설계상에서 기둥 32개 가운데 절반이 누락됐다. 그런데 이를 걸러내기는커녕 시공 과정에서 추가로 4개가 빠졌다. 확인 불가능한 기둥들도 철근이 빠졌을 공산이 크다. 필요한 철근 75%가 빠졌으니 무너져 내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아무도 잡아내지 못했다. 콘크리트 강도도 설계 기준 강도의 85%에도 못 미쳤고, 모래를 쌓아둔 게 하중을 더 키웠다. 이런 과정에서 발주처인 LH는 단 한 차례도 품질관리를 하지 않았고 GS건설은 골조 완성 때까지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모두 안일하게 지나간 것이다. 콘크리트 강도는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기본적인 원칙들이 건설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그것도 구멍가게가 아닌 대형 건설사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부실 시공은 철근·콘크리트 부실, 감리·관리 소홀,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다. 사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다. 매번 재발방지책이 나오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명 피해가 없더라도 부실 시공에 따른 피해는 막대하다. 해체와 재건축으로 인한 입주민과 주변 피해는 물론 물적 낭비가 너무 크다. 이달 중순 해체에 들어가는 화정 아이파크는 재건축에 수천억원이 들 것이란 계산이다. 검단 GS는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까지 1조원의 재건축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빠진 철근 한 개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그만큼 크다.
정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무량판 기둥구조에 대한 심의 절차를 강화, 설계 오류 방지를 위한 구조 기술사의 확인 절차 도입, 콘크리트 품질 개선 관리에 나서겠다고 하나 보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반복돼선 안 된다. 붕괴 사고만이 아니다. 신축 아파트에서 물이 새고 벽 균열과 곰팡이가 생기는 등으로 불만이 적지 않다.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는 살면서 고치기 힘들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잦아진 부실 시공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지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