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내놓은 사교육 경감대책은 한 마디로 ‘킬러 문항 없애기’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이날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지난 6월 모의평가 출제 문제 480개 중 22개의 킬러 문항을 예시했다. 이런 문제들은 공교육 과정에 없는 고난도 개념이 포함돼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만큼 이를 ‘핀셋’ 제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 중심의 공정한 수능을 실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당연하고 옳다.
우리의 사교육 열풍이 망국병 수준에 이른 지 오래다. 가계에 직접적인 압박은 물론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중요 이유가 사교육 때문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관련 시장은 해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골목마다 편의점이 많다지만 학원 수는 그 3배를 넘을 정도다. 사교육 폐단을 줄이려면 공교육 정상화가 필수다.
문제는 킬러 문항을 없애는 정도로 왜곡된 교육 현장의 질서를 바로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느라 허둥지둥 마련하다 보니 킬러 문항의 기준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혼란을 더 부추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교육부 예시 킬러 문항 가운데 정답률이 36%나 되고 EBS 교재 연계된 것도 있다 하니 나오는 지적이다.
사교육을 근절하고 공교육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대학입시제도를 대폭 혁신해야 한다. 그 핵심은 수능제도를 확 뜯어고치는 것이다.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변질돼 지금은 대학입시의 절대 기준이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수험생은 ‘수능 1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그 1점을 위해 사교육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1점 차이에 대학의 서열이 갈리고 그 서열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현행 입시제도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킬러 문항 몇 개를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입 전형은 최종적으로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 1점 차이가 대학에서의 학업능력 격차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학생을 대상으로 각 대학의 건학이념과 인재육성 철학에 맞는 전형 방식을 마련해 시행하면 될 것이다. 교육당국은 이 과정의 주관자가 아니라 공정한 심판자 역할만 하면 된다. 이번에도 교육부가 각 대학의 논술과 면접고사까지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옳지 않다. 오죽하면 교육부가 없어져야 우리 교육이 바로 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교육정책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