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직장인은 출근할 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4㎞ 남짓 걸리는 연구원까지 걷기보다는 차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짧은 출근길이 차를 이용함에도 30분도 더 걸릴 때가 있다.
많은 삼거리 또는 사거리 교차로에서 비록 파란불이긴 해도 미처 건너지 못한 차들이 많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 자주 벌어진다. 필자는 파란불이지만 정지선에 차를 세우곤 하는 편이다. 파란불일 때 차가 움직여도 되는 것은 당연한 규칙이지만 빽빽하게 채워진 도로에서 건너편 차에 내 차를 바싹 붙이면 맞은편 좌회전 차량의 길을 막게 된다.
여느 때와 같이 파란 신호임에도 정지선에 차를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의 차가 내 차를 추월하듯 건너편에 차를 바싹 붙이고, 대중심리인지 좌우의 차들이 전부 건너편 차들 뒤에 차례차례 꼬리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맞은편의 버스가 앞의 차들 때문에 좌회전을 하지 못해 차들이 엉켜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버스운전사는 학원폭력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왔어도 될 욕을 내뱉었고 정지해 있던 차의 운전사 역시 이에 질세라 함께 욕을 내뱉는 형국이 벌어졌다.
사실 이런 현상은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다. 이 엉켜진 차들의 주인들은 보람찬 하루를 보내기 위한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서로 욕을 하고 으르렁거리는 것일까. 도로와 비교해 차가 많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파란 신호는 당연히 움직여도 되지만 좌회전 진행차량을 막게 되면 혼란이 가중된다. 조금만 서로 양보하고, 비록 파란 신호일지라도 정지선에 가만히 서 있다면 차들이 엉키고 서로 욕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출장이 잦은 편인 필자는 일본의 교통상황을 보면 여간 부럽지 않다. 길가에 주정차한 차량도 거의 없고 혼잡한 거리에서 차례차례 서로에게 길을 비켜주는 문화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편인 것 같다.
과학자인 입장에서 이 혼잡한 도로 상황을 개선할 대안은 없는 것일까. 예전에 모 기업은 출퇴근 시 시간낭비를 없애고자 자율출근제를 시도한다고 했다. 물론 창의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도로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협의해 출퇴근시간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지금 여러 기업에서 개발되는 자율자동차도 도로 사정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파란 신호임에도 꼬리 물기를 방지해 혼란을 피하는 자율운전기술은 정말로 좋은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통 문화 중 꼬리 물기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도로의 한 차선을 무단으로 점유한 주차 차량, 애꿎은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음주운전 등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율자동차의 기능에 이러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알고리즘과 기능이 탑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과학에 기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개개인의 운전습관을 바꾸는 것, 즉 서로를 배려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출퇴근시간이 즐거워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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