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심사에서 신청한 108개 지방대학 중 15곳을 예비 선정했다. 글로컬대학은 고사위기에 처한 지방대학과 지역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혁신모델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지원 규모가 역대 최대로, 재정난과 학생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대로선 사활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수도권 대학 166개교 가운데 65.1%가 신청할 정도로 웬만한 지방대학은 다 도전한 셈이다.
이번에 예비 지정된 대학들의 혁신안을 보면 파격적인 면도 있다. 기존의 단과대, 전공제를 폐지하고 3~5년제 학사 및 학·석사 과정을 내놓은 대학이 있었다. 14개 학부를 통합, 100% 전공 선택권을 무제한 보장하는 혁신 모델을 제안한 곳도 있다. 대학 간 벽을 없앤 학교도 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유·초·중등·특수·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종합 교원양성대학 구축을 내세웠고, 강릉대와 강릉원주대는 강릉, 춘천, 원주, 삼척 등 지역적으로 거리가 떨어진 각 캠퍼스를 하나의 거버넌스 하에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체로 학과와 대학의 통폐합에 혁신의 방점을 둔 모양새다. 지방대의 3분의 1 이상이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통폐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저출산에 따른 신입생 감소와 수도권 쏠림 탓이 크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경쟁력을 키우기에 손 놓고 있다가 폐교 위기에 몰린 곳이 적지 않다.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국립대마저 2021년 자퇴생이 6000명이 넘는다.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했다. 이는 지역 경제와 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려 지방 소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계는 반도체·IT·인공지능 등에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며 그냥 쉬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사회가 요구하는 게 다른 미스매칭이 심각하다. AI가 일상화되는 등 급속한 세상의 변화를 대학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시대정신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공급할 책무가 대학에 있지만 이를 방기한 것이다.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정부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가는데 목적을 둔 만큼 무엇보다 지역 연계성 등 실행계획을 꼼꼼히 살펴 대학을 선정해야 한다. 통합과정에서 생길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도 숙제다. 한계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퇴로도 열어줘야 한다. 글로컬대학이 대학 혁신과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