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우 드셨나요?”
우리가 먹는 새우 중 절반 이상이 베트남산이고 이 중 상당수가 메콩강 삼각주에서 나온다. 이 지역은 ‘(맹그로브)숲과 바꾼 새우’로 악명 높다. 맹그로브는 강과 바다가 섞이는 지역의 70여종 나무로 수많은 갑각류가 서식하는 생태계이자 자연방파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쌀농사가 어려워지자 새우양식업자들은 맹그로브 숲을 벌목하고 땅을 파 바닷물로 가두는 방식으로 새우 대량생산을 꾀했다.
‘메콩강에서 한국인도 감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 김씨는 4년 전 현지 조림(造林) 스타트업을 열었다.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기업이면 맹그로브 숲 벌목에 대한 책임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 지원도 받았지만, 이내 경제적 대가도 뒤따랐다. 나무심기로 탄소배출권이 차곡차곡 확보됐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가정신 덕분인지 이젠 한국·베트남 협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넘어서면서 양국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지구촌 당면과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대한상의 소통플랫폼 ‘웨이브’에는 ‘한국과 베트남이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자’는데 1만2000여명이 함께했다. ‘베트남은 바나나잎으로 음식을 포장해 플라스틱 줄이던데, 한국과 협업 어때요?’, ‘수만대 오토바이가 뿜는 배기가스, 박항서의 나라 한국과 없애 봐요’ 등 한·베 경협에 대한 다양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간 경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와 수교할 당시만 해도 4억9000만 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은 808억 달러로 약 164배 증가했다. 작년 10월에는 베트남이 일본을 제치고 마침내 한국의 3대 교역국에 올랐다. 또 베트남에는 8천8백여 한국 기업이 진출해 9200여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누적 투자액은 약 800억 달러로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에 올랐다. 이제 한국과 베트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해 베트남은 ‘8% 깜짝 성장 열차’로도 불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긴축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12년 만에 최고치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도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 공공투자 지출 계획, 사회경제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올해 성장률 역시 7% 수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여기에 베트남은 ‘한국의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이젠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소비시장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지난 4월 인구 1억명을 돌파하면서 세계 15번째 인구대국에 올랐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고 디지털 세대들이 급성장하고 있어 한국-베트남 스타트업과의 맞 손 경영도 기대된다.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과 20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베트남을 방문한다. 지난 30년간 양국 간 역사를 발판 삼아 새로운 30년을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경제, 첨단기술 인프라, 에너지 등 다양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하노이 만남이 양국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위한 기회도 포착하는 공동 번영의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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