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교육당국과 사교육은 한편인가”라고 강하게 교육당국을 질타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방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다. 교육부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수능으로 출제하다 보니 사교육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자리는 사실상 대학 개혁이 핵심이었다. 벽을 허물고 혁신하는 대학을 전폭 지원해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지만 국민적 관심은 온통 ‘쉬운 수능’에 쏠렸다. 당장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대통령이 나서 수능을 쉽게 내라고 할 정도로 요즘 수능은 부모세대 때 수능과 차원이 다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인지, 국어인지 모를 국어 문항이 논란이 되는 등 교과수업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는 게 현실이다. 암기 위주가 아니라 통합적 사고를 본다는 취지이지만 갈수록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지문으로 부작용이 적지 않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런 식의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쪽집게 수능기술’을 알려주는 학원이나 과외일수록 비싸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뒷받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제력이 교육 격차로 대물림되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는 서민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포기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규모는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전년보다 11.8%나 폭증했다. 높은 사교육비는 저출산에도 영향이 크다. 서울 거주 20·30대의 80% 이상이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여기는 등 주택 가격보다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2,3배 더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의 공교육 중심의 수능과 사교육 경감대책 주문은 공감이 크다. 다만 당장 입시제도를 뜯어고칠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다시 사교육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대입시를 자꾸 흔들수록 사교육시장은 커지는 게 경험칙이다.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세심한 로드맵을 통해 입시 불안을 없애고 연착륙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반 학원에 다니는 게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