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 점검 결과’를 보고 씁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올 2월 27일부터 5월19일까지 조사한 결과라는데 공인중개사 99명이 저지른 위반행위 108건을 적발했다. 이 중 사안이 심각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건이 53건으로, ‘무등록 중개’가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 유사 명칭 사용’ 5건, ‘등록증 대여’ 2건 등이 적발됐다. 그 밖엔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보관하지 않았거나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 미흡’ ‘중개대상물 표시 광고 위반’ 등 비교적 사소한 위반이 대부분이었다.
위법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는 건 칭찬할 만하다. 다만 이게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150여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3개월간 집중 조사한 결과라는 데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동네싸움에 대포 들고 간 것 같다”고 표현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정부가 전세사기대책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법무부, 행정안전부, 금융감독원 등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까지 총동원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 검찰 등 사법기관을 동원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부터 최첨단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이상 거래를 찾겠다는 방안까지 나왔다. ‘전세사기’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정도로 공권력을 집중할 사안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지난해 말 나온 검찰청 ‘2022년 범죄분석’자료에 따르면 2021년 ‘공인중개사법’ 위반 건수는 944건이다. 2014년 1413건이나 됐던 공인중개사법 위반 건수는 2018년까진 연평균 1100여건 수준을 유지했다가 2019년부터 1000건 밑으로 뚝 떨어졌다. 2019년 886건, 2020년 911건 등으로 소폭 증가세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실거래가 조작’을 막겠다며 적극적으로 중개업 단속활동을 벌였던 걸 염두에 두면 미미한 증가폭이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은 2021년 413건으로 전년(475건)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 연평균 490건이던 이 범죄 발생 건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년간 연평균 449건으로 내려갔다.
윤석열 정부에선 어떤 상황일까? 전문가들은 집값이 하향 안정되고 있고, 단속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부동산 범죄가 늘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세사기 문제는 강서구 ‘빌라왕’ 사례처럼 일부 ‘사각지대’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시세 통계가 제대로 없는 저가의 일부 중소형 빌라나 나 홀로 아파트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악성 임대인과 공인중개업자 문제를 전체 부동산시장의 문제로 여겨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정부가 답답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업체 한 홍보담당자는 이렇게 우려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금 총력을 다해야 할 일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방기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작년 8월 발표한 ‘250만호 공급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도심정비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저 국회 탓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어떤 지속 가능한 정부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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