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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대환대출 ‘큰일’ 해낸 금융위…‘공’은 인터넷뱅크로 [홍길용의 화식열전]
금리도 경쟁, 정보비대칭성 완화
조달원가 비슷, 비용효율이 관건
지점·인건비 부담없는 인뱅 유리
주담대 쟁탈전 ‘진검승부’ 벌일듯
소비자 혜택↑, 은행 혁신도 촉진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은 정보의 불완전성과 시장의 비균형에 대한 연구를 한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p),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가 공동으로 받았다. ‘레몬시장’ 연구로 유명한 애커로프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재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남편이다. 이들 가운데 금융 시장에서의 정보의 불완전성을 주로 연구한 이는 스티글리츠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란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에서 정보가 한 쪽에 치우친 상황이다. 보통 판매자는 구매자 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판매자는 이를 악용해 저품질의 상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시장을 조작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일수록 시장은 더욱 투명해져 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인터넷 덕분에 일반인들도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상당부분 개선됐다. 구매자에서 소비자로 경제의 주도권이 이동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 곳곳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제 값대로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누군가는 부정하게 이익을 취하게 되고 경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비대면 대환대출이 마침내 시행됐다.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비교하고 옮길 수도 있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다. 대출은 받는 이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값이 다르다. 일인일가(一人一價)다. 값은 금융회사가 정한다. 비교 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어야 판매자의 변화를 이끌어 내 정보의 비대칭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도 비용을 들여 빌려줄 돈을 조달한다. 은행은 예금과 회사채, 저축은행은 예금,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회사채, 보험사는 보험료가 자금원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동된다. 채권은 발행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조달비용에 차이가 발생한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 보다 높은 회사의 대출금리가 낮을 확률이 높다. 보험료도 시장금리에 따라 공시·예정이율이 달라진다. 이렇게 조달한 비용에 위험과 관리비용, 마진(margin) 등을 붙여 대출금리, 즉 가격이 정해진다.

대출을 옮기려면 한도가 늘거나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뚜렷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나 플랫폼 비용 등 비용까지 감안하면 갈아탄 이후 금리가 꽤 많이 떨어져야 한다. 같은 업종의 금융회사들이고 신용등급도 비슷하다면 조달 비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비용 구조 역시 비슷하다. 모두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대면 대환대출을 허용한 이유는 국민들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출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회사들이 비용을 줄여 금리를 낮추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없다면 비대면 대환대출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가격 경쟁을 촉발시킬 ‘메기’가 필요하다. 다행이 대출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에 ‘메기들’이 있다.

은행 대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4대 시중은행을 보면 덩치도 신용등급도 비슷해 조달 원가도 비용 구조도 큰 차이가 없다. 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할 유인이 적다. 오랜 기간 과점체제를 유지해온 이들 은행 가운데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는 곳이 나올 확률은 낮다.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 이들은 자금조달 구조는 시중은행과 비슷하지만 비용 구조가 다르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점이 없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적다. 그만큼 대출 이자율을 낮출 여지가 크다.

아직 인터넷은행의 대출 이자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이유는 덩치를 키우지 못해서다. 시중은행은 자기자본 보다 15배 이상 많은 자산을 굴린다. 반면 카카오는 7배, 케이뱅크는 10배다. 예금 대비 대출 비율도 시중은행은 100%에 근접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이보다 훨씬 낫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벌 돈을 못 벌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가계가 빚을 더 늘릴 여지도 제한적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깝다. 인터넷은행이 대출을 늘리려면 다른 은행 몫을 빼앗아야 한다.

비대면 대환대출로 인터넷은행은 다른 곳의 대출을 빼앗기 쉽게 됐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은 이번 신용대출 비대면 대환서비스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비대면 대환대출에 참여하면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시장성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다.

신용대출로 제한된 비대면 대환대출로 개별 금융회사가 빼앗아 올 수 있는 한도는 전년도 신규 취급액의 10% 또는 4000억원 중 적은 액수다. 지난해 금융권 신규 신용대출은 110조원이었다. 움직여 봐야 11조원이다. 금융회사 한 곳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도 4000억원을 넘지 못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가계대출은 전년대비 2조원이 채 못 늘었다. 그나마 주택자금대출이 4조원 늘어 신용대출 증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일반대출이 4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빼앗아 올 수 있는 금액이 4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인터넷은행이 비용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시중은행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대면 대환대출에 시중은행들이 소극적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얼마 안되는 대출을 빼앗아 굳이 시중은행들을 자극할 이유는 적다.

결국 비대면 대환대출의 진짜 승부는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관련 대출이다. 1000조원 이상의 시장이다. 연말쯤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별 대출액수가 크고 대출기간도 길어 금리 조정에 따른 민감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의 자본 규모를 감안할 때 수 십 조원의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 당장 시중은행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금리 전쟁, 즉 비용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이익이 늘어 자본이 불어나면 대출을 빼앗아 올 여력은 더 커진다. 시중은행으로서는 지금처럼 과점으로 얻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임직원 돈 찬치에 사용할 여지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 동안 가계대출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경쟁력을 더 높여야할 수 있다.

은행에서 파격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더 많은 이들이 ‘세계 최초 서비스’의 혜택을 제대로 보게 된다.결비대면 대환대출이 성공하려면 인터넷은행의 가격혁신 시도가 중요하다. 소비자에게도 이익이고 은행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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