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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한국의 외교안보와 ‘디리스킹’ 전략

지난 한 달 동안 정부가 보여준 외교 일정은 숨 가쁠 정도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 채택을 시작으로 한일 정상회담, 이어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 그리고 캐나다, 독일,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 등 소위 ‘외교 슈퍼위크’가 진행됐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재확인이자 한국에 대한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명문화했다. 핵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 한국과 지역에 증가하는 핵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 공유 증진을 포함한다. 한미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했다.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억지력 강화와 법치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 공고화를 위해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3자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강화,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의 심화다.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는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는 연대를 공고히 했다. 회의 결과,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 경제적 강압에 대응 공조 등이 포함됐다. 한국과 인도 등 비회원국 정상들은 G7 확대회의에서 이러한 입장에 동참을 표명했다.

일련의 외교행보가 한국 안보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에 대한 평가들이 학자와 전문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치 또는 이념적 성향과 입장에 따라 평가가 사뭇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정부의 일련의 외교적 선택과 행보에 대한 평가를 추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은 국제관계에서 동맹을 포함한 모든 선택에는 이득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비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공짜가 없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뚜렷한 가치외교를 표명하고 있다. 핵심은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기반을 둔 선명성이다. 문제는 가치외교 강조로 인한 실익 상실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평가의 다양성에도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중국의 반발과 보복,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이른바 ‘신냉전 구도’ 고착화에 대한 우려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제적 불이익 문제를 포함해 극단적 단절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균형적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디리스킹(de-risking·위험감소)’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비교되는 디리스킹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대중국 의존에 따른 위험요소를 줄이자는 개념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전략이기도 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관계 단절은 실행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관계 분리가 아니라 위험요소를 없애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미국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사용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브레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논리다. 그는 “중국과 분리, 탈동조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위험감소와 다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중 관계에 대한 소위 디커플링, 제2의 냉전구도에 대한 시각을 부정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미-중 전략경쟁 속 수 많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최악이라 표현할 수 있는 현재 북한과 단절 상태에 대한 새로운 극복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우리의 외교안보에 주는 시사점과 함의가 충분하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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