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수출감소가 5월도 이어졌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1~20일) 수출액은 32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8개월째 연속 감소 행진이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67억달러로, 43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 달러로 벌써 작년 전체의 62%에 육박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효과를 기대했지만 미미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이을 산업을 찾지 못하면 일본처럼 구조적 장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역적자가 이어진 데는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중국 영향이 크지만 주요 품목의 수출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적자가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이 기간 주요 수출품목 10개 중 자동차(54.7%)를 제외한 반도체(-35.5%), 석유제품(-33.0%), 철강(-7.5%), 선박(-58.3%), 가전제품(36.6%) 등 9개 품목이 부진했다.
수출국도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대만, 인도, 베트남 등 주요국 전반에서 감소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대중 무역적자(-11억9700만달러)가 이어지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공식이 깨지면서 한중 교역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인다는 목표 아래 수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시장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전기차에 들어갈 정도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양극재 원료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심하다. 한국이 중국의 소재를 수입·재가공해 완제품이나 배터리 소재 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구조가 된 것이다.
주요 수출 품목 전반의 경쟁력 하락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반도체, 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에서 7개가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도 있다. 수입 특화 품목은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는데 수출 특화 품목은 같은 기간 26개가 줄었다. 경쟁력이 떨어져 내다 팔 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경쟁국가로 떠오르면서 해외 수출시장도 위험하다. 수출품목 다변화와 시장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안이한 상황 인식에서 벗어나 기존의 수출전략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각국이 첨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과 함께 벽을 치는 상황에서 스마트한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산업 구조개편에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