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민국의 미래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진영을 떠나 계승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분야가 해외 자원개발이다. 탐사부터 개발·생산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여서 자칫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어서다.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의 공격적 자원개발 정책·외교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단절된 이유다. 특히 문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을 정치적 이유로 ‘적폐’로 낙인 찍고 이미 확보한 해외 광구까지 헐값에 처분했다. 반면에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일본은 긴 호흡으로 민관이 협력해 우리보다 4배 높은 자원개발률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일본 경제산업성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일본의 자원개발률은 40.1%로 한국(10.7%)의 약 4배에 달했다. 자원개발률은 전체 수입물량에서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개발 및 생산해 확보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유연탄, 우라늄, 철 등 6대 전략 광종의 경우 2020년 기준 일본의 자원개발률은 76%였지만 한국은 28%에 그쳤다.
전경련은 이러한 배경에 일본 민관의 활발한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일본의 정부기관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자금과 기술·정보 지원 기능을 담당하며 민간 종합상사와 협력해 다수의 자원 개발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JOGMEC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이 사실상 전무하며, 민간이 사업 추진 시 대출받을 수 있는 특별 융자마저도 2012년 최대 90%에서 2022년 30%로 줄었다고 한다.
포스코·LG에너지솔루션 등 우리 기업들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기업이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커서 역부족이다.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합심해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희토류 등 10대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는 등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아는 듯하다.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게 당면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첨단 산업에 쓰이는 주요 핵심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최대 수십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미-중 패권다툼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등으로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의 ‘자원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마당이다. 자원외교로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핵심 광물 확보에 미래산업의 성패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